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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거리 53층 아파트에 금"…'평양 속도'가 낳은 재앙?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북한이 자랑하는 속도전 "18시간 만에 한 층 올려"

      평양 속도전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대표적 치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래과학자거리의 고층 아파트가 균열로 인해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이 지난달 24일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인 53층 아파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건물이 붕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아파트 구석구석 벽에 금이 가고 벽체 미장과 타일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유아시아 방송이 기사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53층 아파트의 일부로 보이는 건물에 심한 균열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한 '미래과학자거리 53층 아파트 붕괴 우려' 기사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은 총비서가 2015년에 건설한 대규모 과학자 주택단지입니다. 대동강 기슭에 현대적인 과학자 거리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곳인데, 그중에서도 53층 아파트는 미래과학자거리의 대표적 건물입니다. 건물 외관부터 특이하게 설계됐고 아파트 꼭대기에는 위성 모양으로 생긴 높이 24미터 무게 40톤의 상징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준공 당시 53층 아파트 건설을 기념하는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1년여 만에 만들어진 미래과학자거리
      북한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당시 속도를 자랑했습니다. 2015년 2월 김정은의 미래과학자거리 건설현장 시찰 당시 북한은 "6개월 전 착공의 첫 삽을 박은 때로부터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총돌격전을 벌여 온 군인건설자들의 힘찬 투쟁에 의하여 방대한 1단계 건설공사가 85%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김정은은 평양정신, 평양속도가 창조되고 있다고 대만족을 표시했고, 1단계 건설은 같은 해 태양절(4월 15일)까지 2단계 건설은 같은 해 당창건 70돌(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11월 진행된 준공식에서 박봉주 당시 총리는 미래과학자거리가 불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다고 자랑했습니다.
      북한이 2015년 준공한 미래과학자거리

      군인들을 동원해 이렇게 '속도'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부실공사는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직접 나서 공사 마감시한을 제시하는 상황이니, 건설현장에서는 건축물의 안전보다는 어떻게든 기한을 맞추는 것이 지상과제였을 것입니다.


      북한의 '속도전' 건설 어떻길래?
      북한의 건설 속도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만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2년 6월 평양의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4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생겨났습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주택단지를 건설하자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겨난 것인데, 북한은 창전거리 준공식에서 새로운 평양속도가 창조되고 있다며 건설속도를 자랑했습니다. "이틀에 한 층, 심지어 30시간에 한 층을 올리는 기적을 창조"했다는 것입니다.
      평양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준공식 (2012년 6월)

      2016년 보도를 보면, 이보다 더 빨라진 속도전 모습이 포착됩니다.

      2016년 7월 평양의 여명거리 건설장에서 진행된 축하행사. 이날 행사에서는 70층 건물의 골조공사를 불과 74일 만에 끝냈다는 군인 건설자가 축하를 받았는데, 이 건설자는 "매일 한 층씩 골조를 올렸고 18시간 만에 한 층을 올린 적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이렇게 속도전이 강조되다 보니 참사도 빚어집니다.

      2014년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는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가 난 아파트는 완공 이전인데도 9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사실을 공개하고 간부들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붕괴된 아파트 역시 인민 내무군 건설부대가 속도경쟁을 펼치면서 건설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당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공사를 날림식으로 하여 … 엄중한 사고를 빚어냈다"면서 부실공사를 인정했습니다.
      북한은 한 간부가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2014년 5월)


      북, '속도전' 부작용 모르나?
      북한은 속도전의 부작용을 잘 몰라서 속도전을 독려하고 있는 것일까요?

      북한도 물론 속도전의 부작용을 알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그래서 가끔씩 건물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언급을 보면, 김정은은 '공사 속도'와 '건축물의 질 보장' 사이에서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 2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방발전사업 협의회'를 지도한 소식과 함께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시찰한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은 함주군 지방공업공장 건설장을 현지지도하면서 건축물의 질 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건설에서 기본은 질이며 속도일면에 치우쳐 질을 경시하는 요소는 그것이 사소한 것일지라도 우리 당의 지방건설정책에 저해를 주는 해독행위로 된다"고 밝혔습니다. "창조와 건설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속도위주의 경쟁은 혁명하는 우리 시대의 대중운동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언급으로 보면 김정은이 건설속도보다는 질을 우선하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같은 날 보도된 김정은의 다른 언급을 보면 김정은의 진심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김정은은 '지방발전사업 협의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어도 현대적인 보건시설 건설을 … 무조건 당해년도에 완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이는 "당과 정부에게 부과하는 제1의 임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속도전을 지시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건축물의 질을 보장하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축성과를 빨리 내라고 하는 모순적인 지시를 김정은이 같은 날 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1만 세대씩 찍어내는 살림집 건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매년 1만 세대씩 살림집을 건설해오고 있습니다. 송신·송화지구에 이어 화성지구 1, 2, 3단계에 각각 1만 세대씩 살림집이 건설됐고 지금은 화성지구 4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진행 중입니다. 매년 봄마다 1만 세대 살림집이 건설됐다는 행사가 떠들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연간 계획으로 찍어내듯 만드는 대규모 주택단지들이 건물의 질 보장을 우선시하면서 지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화성지구 3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 (지난달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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