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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대통령 살던 한옥서 열린 음악회…정치도 이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프]

      [커튼콜+] 공감 능력과 협상력, 갈등 관리, 협업의 정신을 이 음악에서 배운다

      고택 음악회
       

      김수현 SBS 문화예술전문기자가 전해드리는 문화예술과 사람 이야기.
       

      안국동 윤보선 고택을 아시나요?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한옥일 텐데요, 1870년대 지어진 전통 한옥으로, 대한민국 4대 대통령이었던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입니다. 지금도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이 아름다운 한옥이 매년 봄 음악회 장소로 관객들에게 개방됩니다. 바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고택 음악회'입니다.
      고택 음악회 (제공: (사)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씨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 대표 클래식 음악축제입니다. 강동석 감독은 8살에 독주회를 연 음악 신동이었고, 1967년 13살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1970년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비롯한 유명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입상하고 전 세계 무대를 누빈 한국 대표 연주자 중 한 명입니다.

      강동석 감독은 2006년 '음악을 통한 우정'을 모토로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을 창설하고, 20년째 이 축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솔리스트는 많아도 실내악단은 드물었던 한국은 오랫동안 '실내악 불모지'였지만, 그동안 많이 바뀌었습니다. 노부스 콰르텟, 에스메 콰르텟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실내악단이 많아졌고, 실내악 공연 관객도 많이 늘었습니다. 2013년 처음 축제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고택 음악회는 이제 매년 표 구하기 어려운 인기 공연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번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고택 음악회는 지난달 26일 열렸습니다. 화창한 봄날, 한옥 뜰에 앉아 나뭇잎 스치는 바람 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즐기는 '힐링'의 공연이었습니다. 연주자들이 눈빛만으로도 척척 호흡을 맞추며 함께 만들어내는 '실내악의 순간들'이, 오케스트라 공연이나 독주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 2020년 고택음악회 실황 영상(출처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유튜브)

      실내악은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의 번역인데, '체임버'는 ~실, 방,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즉 궁정의 방이나 귀족의 살롱 등 '체임버'에서 연주하던 소규모 기악 합주곡이 실내악입니다. 기원은 '체임버'에 있지만, 연주 장소보다는 소규모 기악 합주곡이라는 성격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야외에서 연주한다고 실내악이 아닌 건 아니죠.) 실내악은 2명에서 10명 내외로 다양한 편성이 가능한데, 대표적인 실내악 편성으로 콰르텟, 즉 현악 4중주(피아노,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가 있습니다.

      강동석 예술감독은 음악을 진짜 배우려면 실내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솔로만 해서는 균형 잡힌 음악가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는 미국에 유학한 이후에야 처음 실내악을 접했는데, 좀 더 일찍 실내악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의 연주 경력에는 세이지 오자와, 샤를 뒤투아, 쿠르트 마주어 등 거장 지휘자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한 기록이 가득하지만, 솔로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실내악이 훨씬 더 좋다고 했습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개막식 (제공: (사)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솔로는요, 차이콥스키나 멘델스존 같은 곡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서 연주해야 합니다. 매번 같은 영감을 유지하면서 무대에 서는 게 쉽지가 않아요. 점점 흥미도 떨어지고요. 그런데 실내악은 레퍼토리가 너무 많아서 한계가 없습니다. 새로운 곡도 많고, 같은 곡이라도 멤버가 바뀌면 전혀 다른 느낌이 되니까요. 그래서 실내악에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는 오케스트라 협연은 솔리스트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 들어가는 것이라서, 그 틀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연주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에 비해 실내악은 해석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고, 동료 연주자들과 직접 조율하며 만들어 가는 과정이 훨씬 즐겁다고 합니다.

      실내악은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지휘자 없이 한 악기가 하나의 성부를 맡아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동시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내야 하는 '민주적인 음악'입니다. 한 명이라도 고집을 부리면 음악은 금세 어긋납니다. 강동석 감독이 말한 '동료 연주자들과 직접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20년째 '개근'한 비올리스트 김상진 씨는 금호현악4중주단, MIK 앙상블 등을 거친 '실내악 전도사'인데요, 그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부터 실내악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가족음악회 (제공: (사)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실내악이 거창한 게 아니라, 우리 어렸을 때 리코더 배워서 혼자 부는 게 아니라 둘이 화음을 맞추는 것부터가 실내악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남과 같이 하는,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하는 그런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하면 좋겠는데, 지금은 아예 수능에 관련 없는 음악은 배우지도 않고, 점점 더 세상이 삭막해지는 것 같아요."

      실내악이 세상을 덜 삭막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실내악 교육이 왜 필요할까요? 김상진 씨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죠.

      "실내악은 남을 꼭 들어야 되고, 자기가 그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를 생각해야 되고, 그리고 기술적인 걸 봐도, 사실 솔로는 혼자 하니까 음정이 좀 높다든지 해도 크게 튀지 않는데, 실내악에서는 어떤 화성 안에 들어가야 되고, 이런 게 굉장히 귀에 공부도 되고요."

      경청과 조화를 강조한 그는 실내악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인생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결국 대인 관계가 제일 중요하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갈 것이냐,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실내악을 하다 보면, 굉장히 독단적인 사람도 있고, 양보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어쨌든 같이 연주해야 되잖아요. 연주가 잡혀 있는 거니까. 그러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최선의 결과를 낼 것인가. 정말 실내악을 통해서 세상을 많이 배웠어요. 너무 사람 좋지만 음악적으로는 부족한 사람도 있고, 리듬감이 약한 사람도 있고, 남을 잘 못 듣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럴 때 저 사람 마음 상하지 않게 이걸 잘 풀어나가는 방법, 그런 것도 실내악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잘 맞지 않더라도 서로 존중하며 대화하고 타협하며 공동의 연주를 완성하는 게 실내악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이런 실내악의 정신이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동석 감독이 바로 동의하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폐막공연 (제공: (사)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맞아요! 정치인들이 진짜 실내악을 잘하면…. 자기 식으로만 하다가 다른 사람하고 하면 자기 스타일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그걸 고칠 수 있어야 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우는 게 실내악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팀워크'를 할 수 있는지를 익혀야 합니다. 솔로 정신만 갖고는 안 되는 게 많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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