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 선관위 사무실 근처에서 수사 당국이 중국인(왼쪽)을 체포하고 차량 내 휴대전화 도청 장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
중국의 필리핀 총선·지방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인 1명이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 근처에서 휴대전화를 도청하려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현지시간 30일 AFP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국가수사청(NBI)은 전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선관위 사무실 밖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캐처'를 작동시키던 중국인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IMSI 캐처는 가짜 이동통신 기지국 역할을 해 반경 약 1∼3㎞ 안에서 휴대전화와 기지국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를 가로채는 장비입니다.
이 남성은 선관위 사무실 근처를 3번째 방문하다가 체포됐으며, 필리핀 대법원·법무부, 주필리핀 미국대사관 등지도 찾았다고 국가수사청은 전했습니다.
그는 마카오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의 체포에 협조한 필리핀인 운전사는 구금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에도 같은 장비를 탑재한 차량을 수도 마닐라 일대의 대통령궁, 주필리핀 미국대사관, 필리핀 경찰청 청사, 군 기지 등 민감한 시설 근처에서 운행하면서 휴대전화를 도청한 혐의로 중국인 2명과 필리핀인 운전사 3명이 체포된 바 있습니다.
중국은 내달 12일 예정된 필리핀 총선·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반중 노선을 펼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측과 친중에 가까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대결합니다.
조너선 말라야 필리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24일 필리핀 의회에 출석, 중국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내 단체가 이번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말라야 대변인은 중국이 일부 후보들을 지원하고 반중 성향의 후보들은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집권당 상원 원내대표인 프랜시스 톨렌티노 상원의원도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이 필리핀 기업을 통해 '댓글부대'를 고용, 중국에 유리한 가짜뉴스와 주장을 퍼뜨리고 마르코스 대통령 등 반중 정치인들을 비방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구체적인 상황에 관해 필리핀 측과 소통·파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궈 대변인은 "원칙적으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이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한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필리핀의 그 내정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고 흥미도 없다. 우리는 필리핀의 몇몇 정객이 이를 빌미로 중국 의제를 꾸며내지 않기를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필리핀스타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