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조여오는 관세 폭풍에 고민 깊은 삼성…전략은 '4년간 버티기'? [스프]

[귀에 빡!종원]

귀빡 관세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존에 국가에 매겼던 상호 관세, 이 당시에 '관세가 좀 싼 나라로 옮겨갈까' 각을 재봤던 기업들의 추가 생산 라인 조절이라는 카드는 이제 완전히 원천 봉쇄가 돼버렸습니다. 미국으로 생산 라인을 옮기든가, 관세를 그냥 맞든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러트닉 장관도 미국에서 품목별 관세를 얘기를 하면서 "생산 라인을 반드시 미국으로 가져와야 된다"라고 강조했거든요.
 
하워드 러트닉 ㅣ 미국 상무부 장관 (2025년 04월 13일 ABC뉴스)
모든 전자 기기들은 반도체 범주에 포함될 것이고, 그 제품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세가 부과될 겁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이런 것들이 미국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삼성뿐 아니라 다른 이런 IT 기업들도 생산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일은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현대차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 굉장히 급격하게 성장을 하고 있음에도 경쟁사였던 토요타 같은 일본 회사나 '독삼사' 같은 회사들에 비해 미국 내 제조 라인이 확연히 부족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제조 라인을 늘리려고 했는데 관세를 명분으로 세워서 큰 그림을 그렸다라고 지난번에 말씀 말씀드렸었는데 삼성 같은 경우는 완전히 상황이 다릅니다. 삼성의 경쟁사들을 한번 볼까요? 반도체 같은 경우는 타이완의 TSMC와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휴대폰 같은 경우는 애플이 있죠. 컴퓨터 같은 경우는 델이나 HP 같은 그룹이 있습니다. 이런 그룹들, 공장을 미국에 갖고 있는 데가 많지 않은 상황인 겁니다.

반도체, 전자제품 전부 다 품목별 관세 매겨버리죠. 삼성만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경쟁사들이 똑같이 가격이 올라가게 돼요. 관세로 인해서 삼성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받아 불이익이 지금으로선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삼성이 미국에 돈을 들여서 생산 라인을 옮긴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이죠.


대미 파운드리 공장 투자, 두 회사 '희비' 갈렸다
애당초 이런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국에다가 생산 공장을 짓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동차 같은 경우는 현대차가 조지아에 '메타 플랜트'라고 해서 인력을 대규모로 AI와 로봇으로 대체한 공장을 지었잖아요. 로봇 팔이 용접을 해도 괜찮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은 1~2mm만 오차가 나도 바로 눈에 띕니다. 반도체로 내려가면 나노 단위까지 오차의 허용 범위가 들어가 버려요. 이러다 보니까 물건이 작아질수록 굉장히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데 로봇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를 할 수는 없습니다. 즉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손재주 좋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나 아시아 쪽에 이런 기업들의 생산 공장이 몰려 있는 겁니다. 애플이 '중국에 관세 매기더라도 우리는 좀 면제해 주세요'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하면서 미국에 700조 원 넘는 투자를 약속했거든요. 제조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게 아닙니다. R&D 공장을 늘리겠다고 약속을 했던 거거든요.

거기다가 자동차는 운송비가 많이 나가거든요. 크고 무겁잖아요. 아시아에서 만들어서 미국으로 가는 게 돈이 많이 드는데 핸드폰이나 반도체 같은 거는 운송비에 부담이 크게 없어요.

그리고 반도체는 이미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분업화가 다 끝난 상황입니다. 국가별로 복잡하게 생산망이 얽혀 있기 때문에 인프라가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은 미국에 이걸 전부 다 뜯어서 옮겨간다는 거는 굉장히 큰 부담이다. 그냥 아시아에 계속 유지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각국의 IT 기업들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근데 삼성은 이미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 있잖아요.
미국 관세 귀빡

그렇죠. 바이든 행정부 때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지금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TSMC도 지금 미국 애리조나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든요. 이 반도체 공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공장입니다. 

바이든이 삼성에게 47억 달러의 보조금(반도체법 · CHIPS Act)을 주는 걸 약속했거든요. 그런데 이 보조금을 받더라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더 손해라는 얘기가 당시에도 계속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거를 최종 조립하는 공장은 무조건 아시아에 있다고 했잖아요. 파운드리 공장이 미국에 있으면 여기서 반도체를 만든 다음에 아시아로 가져와서 이걸 조립을 한 다음에 다시 완성품을 미국으로 가져가야 됩니다. 거기에다가 인건비도 비싸다고 했잖아요. 정말 비효율의 극치죠.
미국 관세 귀빡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이 보조금조차도 안 주겠다고 하잖아요. 삼성으로선 정말 환장할 노릇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들어간 데에는 이 두 회사가 각각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어요. TSMC 같은 경우는 생산 시설을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분산시켜 놓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중국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나중에 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됐을 때 제일 문제가 반도체 생산을 어디서 해 줄 거냐. 특히 비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와 관련해서 이런 것들이 걱정거리인 건데 이와 관련해서 나름대로 어떤 보호장치라고 해야 되나요? 보험 정도. 

중국이 언제 타이완을 침공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경우 TSMC 공장이 전부 다 타이완에 몰려 있으면 중국에게 그대로 흡수당하겠죠. 이걸 막기 위해서 이 정도의 시설 분산 투자 정도는 필요했다라고 판단했던 거예요.

반면에 삼성은 수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외부 요인이 크지 않습니다. 어쨌든 삼성이 미국을 주무대로 글로벌 사업을 하고 있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미국에 팔아야 할 다른 산업들도 많다 보니까 대승적인 차원에서 미국에 상징적으로 공장 하나 정도는 지어놔야겠다고 가서 짓기는 한 거거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이유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파운드리는 고객들의 맞춤형 반도체입니다. 선 주문을 받고 그 고객이 준 설계도대로 만들어주는 게 파운드리거든요. 사업을 수주한 다음에 그걸 만들기 위한 공장을 짓는 형태가 파운드리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TSMC는 전 세계 파운드리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최첨단 공정으로 오면 90% 이상을 TSMC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IT 업체가 TSMC에 파운드리 제조를 맡기고 있기 때문에 이들 본사가 있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투자 리스크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에 삼성 같은 경우는 파운드리가 말 그대로 죽을 쑤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큰 고객이 삼성 자신들이었거든요. 이번에 갤럭시 S25부터 삼성 파운드리를 쓰지 않았잖아요. 투자로서 봤을 때의 리스크도 삼성이 TSMC에 비해서 훨씬 높은 상황인 거죠.
미국 관세 귀빡


'카드'가 없는 삼성...방법은 이것뿐?
트럼프가 그럼 과연 도대체 반도체 업계에 뭘 더 바라서 계속 관세 고집을 피우나? 이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을 합니다.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사실 삼성 입장에서 추가적으로 여기에 재원을 투자한다는 것도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뭔가 삼성한테 추가적인 투자를 원한다 이런 그림은 아니라고 보여지고요. 지금 미국이 재원이 굉장히 많이 부족하고 재정 적자가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고 공장을 유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보이고, 아마 반도체 보조금 관련 협상에서 트럼프가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반도체) 보조금 안 주겠다고 해봤자 '반도체법'은 대통령 행정명령이 아니라 미국에서 정식으로 통과된 법안이기 때문에 트럼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트럼프가 자기가 말한 걸 지키기 위해서 이들이 스스로 '보조금 안 받아도 돼요. 아예 안 주셔도 됩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런데 미국에 짓고 있는 공장이 파운드리 공장이라고 했잖아요. 근데 사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입니다. 파운드리는 더 이상 쥐어 짤 게 없으니까 트럼프가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미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해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자국 내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산업군 리스트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요. 미국이 반드시 미국 안에 내재화해야 된다고 우선순위를 매겨 놓은 리스트가 대표적인 게 자동차, 제철, 제약, 반도체. 반도체 중에서는 파운드리예요.

파운드리는 AI, 방산, 우주 산업 같은 게 고도로 발전할수록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산업이라서 미국이 안보 측면에서라도 반드시 미국 내에 들여와야 하는 산업군인 반면에 메모리 반도체(D램, HBM 등)는 삼성이 아니더라도 만드는 업체가 많습니다. 부가가치도 파운드리에 비해서 좀 더 낮아요. 차라리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는 게 미국 기업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입니다.

Q. 그러면 삼성이 트럼프가 압박해 올 때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지금 뭐가 있어요?

사실 없습니다. 다만 삼성이 할 수 있는 카드는 '예, 예' 비위를 맞춰주면서 최대한 돈 투입은 늦추는 식으로 버티는 거예요. 이미 바이든 행정부 말기 때부터 (삼성이) 투자를 계속 늦추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어요. 텍사스 공장을 지으면서 여기에 4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가 370억 달러로 투자금을 낮췄어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라고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때 필요한 반도체 장비가 있는데 이것도 지금 수령을 계속 미루고 있어요.

게다가 삼성이 우리나라에 거액의 투자를 계속하고 있거든요. 평택에 짓기로 했던 파운드리 공장들, 원래 6개 캠퍼스를 짓기로 했는데 현재 3개만 가동 중이고, 다섯 번째 캠퍼스부터는 공장 건설이 아예 중단되어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약속한 투자를 다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트럼프 4년 내내 이렇게 가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이선엽 ㅣ 신한투자증권 이사
반도체는 관세로 인한 이득도 손해도 크지 않은 산업입니다. 최근에 반도체 주들이 하락한 건 관세 때문이라기보다 관세 부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간다는 우려 때문에 소비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삼성이 지금 말씀드린 여러 가지 이유로 관세 자체보다는 다른 게 더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중국의 봉쇄망이 풀리면서 반도체 산업이 다 따라 잡히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가 실제 삼성에서는 더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관세 귀빡

바이든과 트럼프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중국을 기술 경쟁자로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칩4 동맹' 등으로 주변국들과 동맹을 탄탄히 하면서 중국을 굉장히 봉쇄를 했잖아요.

트럼프는 중국을 무역 적자를 내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해서 통 큰 협상을 해버린다면 트럼프도 뭔가 양보하는데 실제로 동맹이 약해지면서 네덜란드의 ASML(세계 최고 EUV 노광장비 생산업체)의 태도 변화가 보이고 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배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