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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생색에는 부채'…여름을 맞는 옛 선비들의 선물

<앵커>

우리 속담에 '여름 생색에는 부채'라는 말이 있는데요. 옛 선비들은 글과 그림으로 장식된 부채를 선물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채는 소장자의 품위를 드러내는 미술품이기도 했습니다.

전시 소식,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선우풍월: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 / 5월 25일까지 / 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가 46세 때인 1790년에 그린 폭 78㎝의 커다란 부채 그림입니다.

버드나무 두 그루가 늘어진 강변을 따라 나귀를 탄 노인이 거닐고 있고 오른쪽 위에는 스승이던 표암 강세황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 '지란병분' 영지와 난초가 함께 향기를 낸다는 뜻입니다.

날렵한 난꽃과 울퉁불퉁한 영지버섯을 좌우에 배치해 조화를 이뤘고, 평생지기였던 권돈인과 주고받은 글 옆에 석파 이하응과 홍우길도 글을 남겼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장식된 부채는 선비들 사이의 선물로 제격입니다.

[전인건/간송미술관 관장 : 옛날에 '하선동력'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여름에는 또 부채를 서로 선물을 하면서 교류를 했던 선비들의 그런 풍습이 있지 않겠습니까? 또 고려의 사신들이 원나라로 갔었을 때 부채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많이 있는 것처럼 또 부채에는 또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펴고 접는 합죽선만이 아닙니다.

조선의 마지막 궁중화가였던 김은호는 중국풍의 미인을 파초선에 그려 넣었습니다.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의 파초선에는 베 짜는 여인네가 그려져 있습니다.

[김영욱/간송미술관 전시교육팀장 : 부채가 우리나라에서 접선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거는 고려 시대부터고요. 좀 더 폭발적으로 문인들 사이에서 어떤 그 신분적인 권위나 아니면은 어떤 예술품으로서 상승한 시기가, 집중적으로 제작된 시기가 조선 후기예요.]

부채를 선물하며 벗과 함께 풍류를 즐기고 감회를 나눴던 겁니다.

조선 후기 부채는 여름철의 실용적인 기능을 넘어 품위와 품격을 드러내는 소장품이기도 했습니다.

(영상편집 : 김진원,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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