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집어 삼키는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지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산림 자원을 가꾸기 위해 산에 낸 도로를 '임도'라고 합니다. 진화 인력이 이 길로 진입할 수 있어서 불을 잡는 데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임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홍승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축구장 1천300개 면적의 산림이 탄 울주군 온양읍 대운산입니다.
엿새간 이어진 산불에 산등성이가 온통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곳에서 진화가 어려웠던 이유로 임도가 없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 때문에 진화대원들은 15리터 물이 담긴 등짐펌프를 지고 산을 올라야 했습니다.
[황형수/양산국유림관리소 산사태대응팀장 : (임도가 없어서) 물통을 하나 다 쓰면 또 호수까지 걸어가고 또 이렇게 오는 식으로 진화했거든요.]
지난달 25일 산불이 일어난 울주군 화장산은 양상이 180도 달랐습니다.
정상까지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가 있었던 화장산은 산불 발생 20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고 피해 면적은 63ha 그쳤습니다.
[이근석/울산 울주군 산림휴양과장 : 소방 인력이라든지 소방차라든지 진입하기가 용이해서 산불 초기 진압에 매우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한때 불길이 이곳까지 번지면서 이렇게 나무와 땅이 까맣게 그을려있는데요, 임도가 방화선 역할을 하면서 맞은편에는 불길이 확산하지 않았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우리나라의 산림 1ha당 6.8m의 임도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임도는 산림 면적 1ha당 4.1m에 그칩니다.
임업 선진국인 독일의 13분의 1, 일본의 6분의 1 수준으로 임도 밀도가 턱없이 낮습니다.
[한상균/강원대 산림경영학과 교수 : 임도 유무에 따라 현장 접근 시간이 약 12배, 야간 진화율은 약 5배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 보고됐습니다. 산림 환경 훼손 등 다소 부정적인 인식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산사태와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에선 무분별한 임도 개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해 851km에 그친 산불 진화용 임도를 2027년까지 매년 1천km를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족한 예산과 주민 반대 등으로 지난해 확충률은 294km에 그쳤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이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