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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라도 치고 살 생각"…산불 끝나도 갈 곳 없는 이재민들

"텐트라도 치고 살 생각"…산불 끝나도 갈 곳 없는 이재민들
▲ 검게 타버린 중태마을 집

"불이 다 꺼지면 뭐 합니까. 집 잃은 마을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아직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어요."

열흘간 이어진 경남 산청 산불의 주불 진화가 공식 발표된 어제(30일) 시천면 중태마을에서 만난 정 모(77) 씨는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정 씨가 사는 중태마을은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입니다.

차 한 대 정도가 겨우 빠져나갈 만큼 좁은 구불길을 따라 늘어선 마을 주민 집들은
화마에 휩싸여 시커멓게 타버린 채 무너져 내렸습니다.

집 내부에는 서랍, 액자 등 각종 가구와 생필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까맣게 눌어붙어 있습니다.

마을 중간에 위치한 정 씨의 집도 위험했으나 운 좋게 불길이 옆집에서 멈추며 화를 면했습니다.

정 씨는 "이번 주 초 저녁에 불이 마을로 옮겨 붙었으니 얼른 대피하라는 연락이 왔다"며 "바로 옆집까지 활활 타올랐는데 다행히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빠르게 진압해 우리 집은 멀쩡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피소로 갔다가 나처럼 집이 괜찮은 사람들은 다음날 불이 꺼진 뒤 귀가했지만, 집이 타버린 사람들은 앞으로 어쩔지 막막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우리 마을 주민들에게 산불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습니다.

유령 마을이라도 된 듯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이따금 마을 주변으로 잔불 정리를 위해 투입된 진화 헬기만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고 있고 마을 주변 나무들은 검게 그을린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숲 속으로 발을 내디디면 타다 남은 재가 피어오르며 매캐한 냄새를 풍깁니다.

시뻘건 화염으로 벌초한 것처럼 타버린 채 검댕으로 뒤덮인 묘소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 씨와 달리 집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이재민 20여 명은 마을 인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급식과 생필품 등을 지원받으며 수일 째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김 모(74) 씨는 대피령이 떨어진 날 하룻밤 사이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김 씨는 "불을 다 껐다는 뉴스는 봤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언제 다시 마을로 돌아갈지 모른다"며 "2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며 집 주변에 논밭이 다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어 "텐트라도 치고 살 테니 당장 조처를 할 수 없으면 무너진 잔해물이라도 치워달라고 군에 얘기했다"며 "그저 농사꾼이 앞으로도 농사를 지으며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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