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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대응에도 잡히지 않는 화마…진화 역량 문제없나

총력 대응에도 잡히지 않는 화마…진화 역량 문제없나
▲  26일 산불이 번진 경북 청송군 주왕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습니다.

전날인 26일 기준 사망자 24명을 포함해 인명피해는 50명에 이릅니다.

피해가 예상되는 산림 규모는 축구장 2만 4천 개와 맞먹는 1만 7천여㏊에 달합니다.

다만 경북 북동부권 산불 피해 지역만도 3만㏊를 넘는 등 매시간 확대되는 피해 규모가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주불이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하는 점에 비춰 산불 피해 면적 규모는 계속해서 불어날 전망입니다.

당국이 장비·인력을 대규모로 동원해 진화 작업을 펴고는 있지만 화마는 곳곳을 집어삼키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에는 건조한 날씨와 태풍급 강풍이 지목되지만, 당국의 대응 역량이 초대형 산불에 맞서기에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은 지난 21∼22일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헬기 수십 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해왔지만 주불을 여전히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가장 큰 피해가 난 의성·안동지역은 진화율이 26일 오전 기준 60%대에 머물렀습니다.

산불 진화에서 헬기는 핵심 자원으로 평가됩니다.

바람이 불길을 키우기 전 헬기가 출동해 진화에 나설 경우 산불의 확산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산림·소방당국 모두 산불 진화에 필요한 헬기를 다수 운영해왔습니다.

산림청의 헬기는 대형 7대, 중형 32대, 소형 11대 등 총 50대입니다.

소방청도 대형 헬기 4대를 포함해 총 32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헬기만으로는 제대로 된 산불 대응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이번 산불 사태 때도 헬기가 최선두에서 진화작업을 폈지만, 여러 날이 지나도 큰 불길을 잡는 데 사실상 실패하며 대응에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국내에는 헬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하루에 여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는데 보유한 헬기 수가 부족해 진화율이 떨어졌다고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전국 각 지자체는 봄철 산불 예방 기간에 대응력을 높이고자 헬기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전국 지자체가 민간에서 임차한 헬기는 모두 78대입니다.

전날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추락한 헬기도 강원 한 지자체가 빌린 임차 헬기입니다.

1995년 생산돼 30년가량을 운행한 노후 헬기였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민간 헬기의 오래된 기체가 사고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헬기가 주불 진화에 집중한다면 펌프카(소방차) 등과 함께 출동하는 진화 인력은 산림과 인접한 민가, 사찰 등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방어역할을 합니다.

산림·소방당국 모두 산불 진화에 특화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공중진화대(103명)와 특수진화대(435명)를, 소방청은 경북(62명)과 강원(55명)에 119산불특수대응단을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불이 커질 경우 전문적인 훈련 경험이나 장비, 체력 조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산불진화대원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일이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 산불 현장에 동원됐다 숨진 산불진화대원들은 기본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경남 창녕군은 이들 진화대원 모두에게 장비가 정상 지급됐다고 해명했지만 진화대원의 고령화, 낮은 수당, 부족한 훈련 등은 반복해서 지적돼온 문제입니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사흘째인 24일 진화 작업에 동원된 헬기가 물을 뿌리려 날아가고 있다.

공중이든 지상이든 산불을 신속히 끄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물을 효과적으로 산불 현장에 투하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산불 진화의 대명제로 볼 수 있습니다.

헬기는 신속한 출동이 가능하지만, 대형헬기라 하더라도 산불 현장에 투하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을 보충할 담수지가 가깝지 않으면 오가는 시간 동안 사그라들었던 산불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헬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정익 항공기' 도입이 거론돼 왔습니다.

고정익 항공기를 활용한 산불 진화 방법은 대형 수송기에 화물 대신 물을 채워 대량 방사하는 것입니다.

고정익 항공기는 담수 용량이 헬기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는 만큼 산불 진화와 확산을 막는데 효과가 크다는 것입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전 국회의원은 2023년 강릉 산불 당시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회전익 항공기(헬기)는 각종 기상 영향이 매우 크다. 강풍뿐 아니라 안개, 우천, 구름의 높이 등에 따라서도 이륙을 못 할 수 있으며 야간 운용도 불가능하다"며 고정익 항공기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산불 진화용 고정익 항공기는 기상 영향이 절대적으로 적고, 당연히 야간 운용도 가능하다"면서 "또한 담수 용량, 진화 효과도 헬기와 비교할 수 없이 압도적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산불 진화용 고정익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고정익 항공기 도입 움직임은 2년 전 있었으나 실제 도입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산림청은 2023년 강릉 산불 이후 예산 80억 원을 확보해 공군의 C130 수송기에 물탱크를 설치해 산불 진화용 항공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군 측에서 작전 관계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산림청 관계자는 "(2023년 도입 시도) 이후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위한 예산편성 등이 이뤄진 적은 없다"면서도 "(이번 산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도입을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정익 항공기 도입을 반기는 쪽은 무엇보다 주야간 산불 대응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고정익 항공기 도입에 찬반이 있을 수는 있지만, 쓸 수 있는 자원은 대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높은 고도에서 물을 투하하는 탓에 효율이 없다고 하지만, 물이 투하되면 그(산불) 지역의 습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산불을 잡기 위한 목적이라면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헬기보다 산불 지역에 물을 잔뜩 뿌릴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라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한국처럼 산악지대가 많은 곳에서 대형 산불이 날 경우 고정익 항공기가 기대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방 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는 고정익 항공기가 주로 평지 위를 돌며 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같은 (산악) 지형에는 헬기가 맞다는 의견이 있었고, 물을 많이 채울 수 있는 대용량 헬기를 도입하는 쪽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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