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서울 아파트 2월 거래 5천 건 돌파…64%가 토허제 해제 후 팔렸다

서울 아파트 2월 거래 5천 건 돌파…64%가 토허제 해제 후 팔렸다
▲ 토허제 해제 이후 매매가격이 상승한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된 가운데 강남 4구가 있는 동남권은 0.58% 뛰어 2018년 9월 첫째 주(0.66%)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급매물이 팔려나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도 지난주 하락을 멈추거나 상승 전환하는 등 상승세가 외곽으로 번질 조짐입니다.

지난주 25개 구 가운데 매매가격이 떨어진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2월 거래량은 15일 기준으로 신고 건수(계약일 기준)는 5천138건을 기록하며 신고일이 보름 가까이 남았는데도 벌써 5천 건을 넘었습니다.

특히 이달 초까지는 강북지역의 거래 신고 증가가 두드러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강남권의 거래 신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월 거래량이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로 15일 조사 기준 428건이 신고됐다.

또 강남구가 419건, 강동구가 344건으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정부 합동 단속으로 중개업소 영업이 원활하지 않아 거래 신고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강남권이 거래량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강남구의 거래 신고건수는 이미 1월(198건) 거래량의 2배가 넘었습니다.

지난달 13일 자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뒤 계약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 이달 15일까지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5천138건 가운데 토지거래허가 해제 후인 13일 이후 계약 건은 3천281건으로 전체의 63.9%에 달했습니다.

2월 거래 신고분 10건 중 6.4건이 토허제 해제 이후 계약된 것입니다.

강남구는 전체 419건 가운데 토허제 해제 후 288건이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거래량의 68.7%에 달합니다.

송파구도 현재까지 신고된 428건 가운데 62.6%인 268건이 잠실 토허제 해제 후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지난달 말 서울시가 "2월 토허제 해제 이후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거래량 증가는 미미해 실질적인 매수세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평균 거래가는 오히려 하락해 전반적인 가격 급등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것입니다.

강남 토허제 해제의 위력은 비강남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포구 아파트 2월 거래량 289건 가운데 69.2%인 200건이 토허제 해제 직후인 13일 이후 계약이 이뤄졌고, 성동구는 325건 중 68.6%인 223건이 토허제 해제 후 계약됐습니다.

노원구는 현재 336건 중 59.2%인 200건이 강남 토허제 해제 후 거래됐습니다.

다만 단기 호가 상승과 정부 단속 등의 영향으로 최근 매수세는 잠시 주춤한 상태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입니다.

2월 들어 거래량이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대출과 금리 인하 영향입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한도 관리로 막혀 있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이 올해 들어 일부 풀리면서 거래의 숨통이 트인 것입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도 연초부터 이미 예고된 호재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데 이어 올해 2∼3차례 추가 인하를 검토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허제 해제가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당장 '잠삼대청' 지역의 집주인들은 "지난 5년간 상대적으로 억눌렸던 집값을 만회해야 한다"며 매물을 회수하고 호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강북지역은 "강남이 오르면 강북에도 온기가 미친다"며 급매물이 팔려 나갔습니다.

시장에서는 토허제 규제 해제는 바람직하지만, 해제 시점이 아쉽다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대출, 금리 등 여러 면에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 실제 잠실 등지는 연초부터 거래가 늘었는데 지정 기간 만료가 올해 6월로 4개월이나 남은 강남 토허제를 굳이 서둘러 풀었어야 했느냐는 것입니다.

강남 토허제 지정의 이유였던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사업은 이르면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갑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연초 대출이 풀린 상태에서 강남은 이미 거래가 꿈틀거리고 있었고 호가도 올라가는 상황이었는데 시와 정부가 시장 상황에 후행하는 거래 신고건수와 집값 변동률만 보고 시가 상황을 오판한 게 아닌가 싶다"며 "금리 인하도 예고된 상황에서 지정기간이 만료되는 6월까지 상황을 지켜봤으면 좋았을 텐데 서둘러 해제한 배경이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찮아지자 서울시는 지난 13일 정부 합동 부동산시장 점검 회의에서 "서울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재지정을 언급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출 관리에 나섰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대출 축소를 재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가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반포는 현재 주변 개발 호재가 따로 없고, 정비사업 대상도 아닌 래미안 원베일리 등 신축 아파트가 시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 집값 상승을 명분으로 토허제로 묶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반포는 이미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이쪽만 추가로 규제한다면 토허제 외에는 수단이 없어 보인다"며 "개발 호재도 없는 곳을 집값 상승만을 이유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인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경제 이슈를 한입에 쏙! 김밥경제
SBS 연예뉴스 가십보단 팩트를, 재미있지만 품격있게!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연합뉴스 배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