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플라스틱
심각한 건강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 항생제가 없는 상태에서도 세균의 항균제 내성(AMR)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보스턴대(BU) 무하마드 자만 교수팀은 미국 미생물학회(ASM) 저널 응용·환경 미생물학(Applied 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서 대장균(E.coli)을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배양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문 제1 저자인 닐라 그로스 연구원(박사과정)은 "미세플라스틱은 오염 물질일 뿐 아니라 세균의 항균제 내성을 촉진하는 복잡한 물질"이라며 "플라스틱 오염 대응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약물 내성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공중보건 우선순위"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는 물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항균제 내성균이 증가하고 있고 여기에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에 박테리아 군집, 즉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를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미세플라스틱이 항균제 내성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폴리스티렌과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10㎛~0.05㎜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고 10일 동안 밀폐 공간에서 대장균을 함께 배양했습니다.
배양 기간에 2일마다 널리 사용되는 암피실린과 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 스트렙토마이신 등 4가지 항생제를 사용해 대장균을 죽이는 데 필요한 최소량을 측정, 항균제 내성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와 농도에 관계없이 밀폐 공간에서 함께 배양된 대장균들은 5~10일 이내에 4가지 항생제에 모두 내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세플라스틱과 항생제에 의해 유도된 박테리아의 항균제 내성은 미세플라스틱이 제거된 후에도 상당히 강하고 안정되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이전의 항균제 내성 연구는 주로 미세플라스틱 같은 환경오염물질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항생제 남용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 연구는 미세플라스틱만으로도 세균의 항균제 내성이 촉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로스 연구원은 "이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내성 박테리아 운반체가 아니라 항균제 내성 진화에서 핫스폿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항균제 내성 문제 완화를 위해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시급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