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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따라가고 쫓기고…"한국은 낀 처지" 설 자리 잃나 (풀영상)

<앵커>

최근 한국 경제를 상징하는 반도체 산업이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틀에 걸쳐 이 문제를 짚어보려 하는데요.

먼저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면서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상황을 박원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기자>

2016년 중국 정부 투자로 설립된 창신메모리입니다.

중국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한국 업체들의 주력인 D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분기 4.8%였던 중국 업체들의 전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말에는 10%가 넘을 걸로 예상됩니다.

[엘리 웡/트렌드포스 애널리스트 : 주된 요인은 정부의 지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고, 고객이 중국 제품을 채택한다고 하면 추가적인 보조금을 받습니다.]

지난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수출 비중은 35.8%로, 2년 만에 15.5%포인트나 감소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산 범용 D램을 대체한 영향이 컸습니다.

창신메모리는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최신 DDR5 양산에 나서는 등 기술격차도 빠르게 좁혔습니다.

최근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이 대부분의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용석/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 :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을 5~6년 전부터 앞서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 HBM 호황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시점을 놓치면서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직 반도체 연구원 : 임원진들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됩니다. HBM이 경제성이 없다고 잘못 판단을 하였던 거고, 하이닉스는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을 해서 계속 유지를 시켰던 것이고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고가 제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저가 제품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의 압박을 받는 삼성전자를, '호두 까는 기구에 낀 상황'으로 묘사한 전문가 평가를 실었습니다.

1990년대 D램 시장에서 일본이 사라졌던 경험을 이제는 우리가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김종태)
 
중국,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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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 분야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두, 타이완의 TSMC와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 소식은 홍영재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 업계 1위인 타이완의 TSMC, 지난해 매출 900억 달러, 영업이익률 45.7%, 시장 점유율 67%의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첨단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생산한 결과입니다.

[씨씨 웨이/TSMC CEO : 현재 당사의 생산 능력은 매우 부족하며,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삼성전자도 향후 10년간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재용/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2019년) :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한 1등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당시 19%였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절반 이하로 줄었고, TSMC와의 격차는 8배 넘게 벌어졌습니다.

이제는 중국 업체의 추격까지 의식해야 하는 상황인데, 업계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노근창/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지금 수요가 유일하게 연간 기준으로 본다면 40~50%씩 성장하는 게 AI 서버 말고는 없습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티어 원의(최고급) 반도체를 삼성이 이제 고객으로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런 부진은 메모리와는 다른 파운드리 사업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조앤 치아오/트렌드포스 애널리스트 :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고객의 피드백을 듣고, 그 요구에 맞춰 기술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근창/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기술 신뢰성과 난이도를 설령 가지고 있더라도 고객이 신뢰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면에서 삼성한테는 최소한 4~5년 정도는 더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부분에 대한 경영 진단에 들어갔는데, 갈수록 시장 점유율이 줄고 있는 파운드리도 조만간 점검 대상이 될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홍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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