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조선소의 공존을 운운하기에 앞서 방사청이 되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 2월 방사청의 계약심의위는 HD현중의 초대형 기밀탈취 범죄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특히 HD현중의 대표와 임원은 기밀탈취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해 명백한 청렴서약 위반에 눈 감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방사청은 오로지 HD현중의 편을 들었습니다. 공존에 아무 관심 없었습니다.
방사청이 1년 전 엄정하게 HD현중의 기밀탈취 범죄를 심의했다면 일찍이 정의구현 됐습니다. 정의구현 없이 이제 또 HD현중을 앞세운 공존을 논하는 방사청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HD현중의 기밀탈취 직원들이 누설한 기밀이 임원들에게만 안 갔을까요? 탈취 기밀의 보관·공유를 위한 비인가 서버 불법 운용에 대해 방첩사는 보안감사와 처분 통보를 했을까요? 비인가 서버의 구입과 설치를 HD현중 고위직은 몰랐을까요?

탈취 기밀들의 누설에 대하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중 직원은 9명입니다. 기밀을 훔친 혐의뿐 아니라 누설한 혐의도 인정됐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HD현중 직원 A씨는 훔친 KDDX 개념설계 비밀 자료를 2013년 4월 PDF 파일로 변환해 내부 서버에 업로드함으로써 특수선 설계부 직원들이 열람·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직원 B씨는 훔친 장보고-Ⅲ Batch-Ⅱ 개념설계 비밀 자료를 2014년 1월 비인가 서버에 업로드했습니다. 목적은 A씨와 마찬가지로 특수선 설계부 직원들의 열람·다운로드입니다. 몇 명 더 있습니다. 이들은 비밀 표시나 워터마크로 표시된 비밀 생산자의 이름을 용의주도하게 지워 기밀 자료들을 공유했습니다.
탈취 기밀들은 HD현중의 특수선 설계부에 널리 공유됐다고 법원은 판결했습니다. 작년 2월 방사청 계약심의위는 "그래도 대표, 임원은 몰랐다"며 HD현중을 선처했습니다. 방사청의 희망과 달리, 대표나 임원이 몰랐을 리 없습니다. 적어도 상무급 인사가 기밀탈취 사실을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방첩사 관계자는 "상무급 인사에게 이메일로 기밀탈취 보고가 올라갔다는 내용이 검찰에 송치했다", "기밀탈취를 도와준 해군 장교의 전역 후 사례 계획도 임원과 협의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작년 2월 방사청 계약심의위의 결정은 무효입니다.

비인가 서버 설치·운영에 대하여
방첩사는 철저히 수사해서 2020년 초 검찰에 송치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방첩사가 놓친 것이 있습니다. 방산업체가 비인가 서버를 설치해서 사용했다면 방첩사는 보안감사를 한 뒤 국방부, 방사청, 해당 업체 등에 처분 통보를 해야 합니다. 방첩사는 HD현중의 비인가 서버를 식별했을 뿐 보안감사와 처분 통보를 안 했습니다. 덕분에 HD현중은 처분 통보에 따른 제재를 피했습니다.
돌이켜보면 HD현중은 천운이 따르는 기업입니다. 역대급 기밀탈취 사건에도 방사청은 "탈취 기밀을 활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서 HD현중에 KDDX 기본설계 사업을 넘겼습니다. 방사청의 제재 규정도 HD현중에 유리하게 개정됐습니다. HD현중은 여러 사업의 기밀을 훔치고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청렴서약 위반을 밥 먹듯 했지만 방사청은 청렴서약 위반 제재를 한 적 없습니다. 임원들이 기밀탈취를 인지했고 비인가 서버 운용도 모를 리 없거늘 방사청은 HD현중에 그린라이트를 켰습니다.
방사청은 기밀탈취의 늪에 빠진 HD현중을 밀고 끌어 현재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의 마지막 무대에서 HD현중이 주인 되는 공존을 노래한다는 계획입니다. 잘못된 선곡 같습니다. 기밀탈취 사건이 시작된 2012년부터 십수년 동안 단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정의구현으로 KDDX 막장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방사청과 HD현중은 최소한의 염치를 챙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