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
이슬람협력기구(OI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아랍연맹(AL)의 대안을 채택했다고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OIC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연 뒤 발표한 성명에서 "가자지구의 조기 복구와 재건을 위한 아랍연맹의 계획을 채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와 국제·지역 자금 지원 기관이 계획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랍연맹이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집트가 마련한 가자지구 재건 계획을 채택한 지 사흘 만입니다.
바드르 압델라티 이집트 외무장관은 OIC의 지지를 환영하며 "다음 단계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이 이 계획을 채택해 국제적인 계획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자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랍연맹의 대안은 5년간 총 530억 달러(약 77조 원)의 비용을 들여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첫 6개월 동안은 가자지구에 중장비를 들여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임시 주택을 설치한 뒤 이후 2년간 주택 20만호를 건설하고, 마지막 단계 2년 반 동안에는 주택 추가 20만호와 공항까지 세운다는 구상입니다.
현지 주민을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인접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가자지구를 고급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잔류를 전제로 합니다.
이에 유럽 주요 국가들은 바로 지지 입장을 밝히며 호응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4개국 외무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실행된다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의 재앙적인 생활 환경을 신속하고 지속 가능하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역할이 명시되지 않은 이 제안에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두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들에게 이 계획이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집트 측 선의의 첫걸음"이라며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통신은 덧붙였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