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아파트 13층을 배회하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지난 2월 서울의 한 아파트의 평화롭던 일상이 깨져버렸다. 어떤 날은 이른 아침, 어떤 날은 한 밤중에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운 것.
일상을 깨뜨린 이는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 그리고 이 할머니는 해당 아파트의 집 곳곳을 찾아가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각 동별로 13층의 집들을 방문해 소란을 피운 할머니. 이에 경찰까지 출동해 할머니를 제지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해당 아파트의 13층을 떠돌고 있는 할머니. 그는 대체 왜 이곳에 계속 오는 것일까?
이에 제작진은 할머니가 찾는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물었다. 남편의 이름이라는 할머니. 이어 할머니는 13층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데 남편이 집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집을 찾은 것 같다며 제작진을 데리고 한 집 앞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하지만 할머니가 찾는 인물을 알지도 못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집주인. 이어 집주인은 밤낮으로 나타나 행패를 부리는 할머니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할머니는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취재 중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할머니가 과거 이 아파트에 살았다는 것. 2003년에 입주, 9년간 거주하다가 이사를 한 할머니는 이곳에서 가족들을 계속 찾고 있던 것이다.
경찰서로 간 할머니를 익숙한 듯 데려가는 한 남자. 그는 할머니의 동생이었다. 할머니의 남동생은 "매형이 외도를 한다고 의심을 하다가 의부증이 되었고 이것이 망상증으로 변했다"라고 설명했다.
슬하에 1남 3녀를 둔 할머니는 남편과의 갈등으로 마음의 병을 얻고 10여 년 전 이혼한 뒤 혼자가 되었던 것이다. 실 거주지에서도 소란을 피웠다는 할머니. 그는 이웃들을 괴롭히는 것은 물론 외부로부터 시선을 차단하고 허공에 혼잣말을 하고 기이한 행동을 이어갔다.
전문가는 할머니의 증상에 대해 망상장애와 조현병이 둘 다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그리움, 향수가 망상적인 사고 내용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정신과 약 먹기를 거부하는 할머니를 위해서도 병원 입원이 시급한 상황. 그러나 입원을 위해서는 직계가족 두 명의 동의가 필요한 현 상황에 그의 남동생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할머니의 자녀들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도움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들은 어머니와 절연한 지 오래라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답을 남겨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늘 술에 취해 있어 자녀들 조차 학을 떼며 인연을 끊게 된 것이라는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는 단 한 번도 자녀들을 잊은 적 없다며 따뜻한 밥 한 끼 해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제작진은 자녀들에게 다시 한번 메시지 남겼고 며칠 뒤 할머니의 남동생에게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의 입원을 돕겠다며 자녀들이 나선 것.
이에 주민들은 일상을 되찾았고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