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실제 유럽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도 보복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포르투갈을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질의응답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발언에 "관세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나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6일엔 유럽산 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제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도 하며 "EU는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형성됐다"고 노골적으로 공격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이 국방에 투자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그렇게(관세 부과) 하는 것은 타이밍의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에 대해 BFM TV는 유럽이 미국산 방위 장비가 아닌 유럽산 장비를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해석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했으나 "협상이 어려웠다"면서 "별다른 희망을 얻지 못하고 (워싱턴을) 떠났다"고도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행정부와 유럽 간 상업적 접근 방식에 오해와 개념의 차이가 있다"며 "그 핵심은 우리의 부가가치세가 관세라는 것인데 이는 사실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가가치세는 국내 생산 제품과 수입 제품 모두에 동일하게 부과되므로 관세가 아니라는 게 마크롱 대통령 주장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도 유럽이 미국에 종속적인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포르투갈의 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찾은 자리에서 "나는 많은 유럽인이 '우리는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 허리를 굽혀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본다"며 "그러나 해답은 미국에 대한 복종이 아니다. 나는 '행복한 종속'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랫동안 유럽이 미국에 대한 안보·국방 의존도를 줄이고 스스로 행동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전략적 자율성'을 피력해 왔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최근 대서양 횡단 동맹이 흔들리고 동시에 미국이 호전적인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마크롱의 핵심 개념인 전략적 자율성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시점을 맞았다"며 "프랑스가 틀린 게 아니었다. 단지 일렀을 뿐"이라고 28일 평가했습니다.
실제 최근 유럽 내에선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로 유럽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유럽의 두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폴리티코는 오랫동안 미국의 무기와 핵우산에 의존해 온 폴란드 등 일부 국가로선 프랑스의 지도력을 따르는 데에 주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랑스가 말은 늘 그럴싸하게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결과는 미흡해 동맹국들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폴리티코는 그 대표적 예로 프랑스가 지난해에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국방비 지출 목표치인 국내총생산 2%를 겨우 달성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