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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지망생이었는데 말입니다"…브로드웨이 배우가 된 사연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뮤지컬배우 이태원

이태원 더골룸2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17년간 주역을 맡은 '왕비 전문 배우' 이태원 씨는 원래 성악을 전공한 클래식 음악 유망주였습니다. 중학교 때 이민 가서 처음에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지망했다가 '뜬금없이'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명문 줄리어드와 볼티모어 음대에서 공부한 성악 기대주로 메트로폴리탄 콩쿠르 결선까지 진출했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도의 길을 접었습니다.

요즘은 성악 전공자들이 뮤지컬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태원 씨는 어떤 과정을 거쳐 뮤지컬배우가 되었을까요? 그가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김수현 기자 : 성악을 하신 거잖아요?

이태원 배우 : 네. 성악 전공했습니다.

김수현 기자 : 뮤지컬은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이태원 배우 : 성악을 뜬금없이 만난 거고요.

김수현 기자 : 성악을 뜬금없이 만나신 거예요?

이태원 배우 : 원래 저는 수학, 과학을 잘했어요. 그쪽을 좋아해서. 요즘은 동아리라고 많이 하죠. 저희 중고등학교 때는 특별활동 있었잖아요. 그때 저는 미국 가 있었으니까 거기도 스페셜 액티비티(special activities)가 있는데요. 저는 음악을 하니까 그런 거 할 것 같잖아요. (그러나) 저는 수학(mathematics). 학교 들어가자마자 시험 쳐서 2년 월반했었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수학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수학을 되게 좋아했어요. 그쪽으로 전공할 줄 알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시에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만 딱 집어넣었습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아 진짜요? 근데 어떻게 하다가.

이태원 배우 : 그때만 해도 시민권이 있어야지만 (육사, 해사, 공사에) 지원할 수 있었는데 만 18살이 안 돼서 시민권이 안 나왔었어요. 그러니까 해군사관학교에서 저한테 먼저 전화 왔던 것 같아요. '1년 있다가 다시 지원해 주겠니'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SAT 수학 점수가 워낙 좋았어서. 그래서 '아 그럴까요. 1년 있다가 만 18살 되면 그때 다시 지원하겠습니다'

1년을 기다리라니까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공대를 갈까 아니면 수학과 다른 데를 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가 다니던 교회의 지휘자 선생님이 줄리아드 스쿨 나오신 분이셨어요. '태원아, 너 노래 잘하는데 성악 한 번 해보지 않을래?' 해서 시작한 게 성악입니다. 수시 끝나고 12월부터 배우기 시작해서 3월에 줄리아드 시험을 봤으니까요. 제가 뉴욕에 살았으니까 남들이 보길래 그냥 같이 가서 본 건데 돼서 갑자기 들어가게 된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제 남편이 어디 가서 돌 맞는다고 하는데.

김수현 기자 : 두세 달 준비하고 그게 가능해요?

이태원 배우 : 딱 세 달 레슨받았던 것 같아요. 들어가서 클래식에 대해서 아는 게 한 개도 없었어요. 오페라가 좋아서, 뭐가 좋아서, 이렇게 들어간 케이스가 아니라서. 남들이 내가 노래하는 거 보면 못한다 그럴까 봐 너무 창피한 거예요. 맨날 연습실에 통기타 가져가서 <밤비 내리는 영동교> 그런 거 부르고 있고. 선생님께도 매일 혼난 게 '너 마이크 대고 노래 불렀지' 이거 되게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나고요. 저희 어렸을 때는 단체 관람을 많이 했어요.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저 중학교 때 미국 갔는데.

김수현 기자 : 저희도 시험 보고 나서 단체 관람.

이태원 배우 : 그 당시에 윤복희 선생님이 하셨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단체로 보러 갔던 거예요. 보면서 '와, 진짜 뮤지컬이 정말 멋있는 거구나. 만약 노래를 한다면 꼭 저런 걸 해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어요. 그랬는데 (진짜) 성악을 하게 될지는 모른 거죠. 생각을 안 했고요.

왜냐하면 저는 오히려 클라리넷을 다뤄서 관악을 했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노래는 아는 게 한 개도 없었어요, 진짜. 그런데 갑자기 하게 되니까 '노래를 한번 해봐' 그래서 입시 볼 곡을 네 곡 배웠고 그거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볼까 봐 걱정도 되고, 대학원도 줄리아드 졸업생 중에서 줄리아드 대학원 가는 친구가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대요. 그래서 시험을 일단 치고 떨어지면 시집이나 가자. (그렇게) 시험을 쳤는데 돼서 간 거고요.

김수현 기자 : (저여도) 진짜 어디 나가서 이런 얘기하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그냥 뭐 한 번 쳤는데.

이태원 더골룸2
이태원 배우 : 그래서 제가 볼티모어로 이사를 가서, 볼티모어에 갔더니 레슨을 돈 안 내고 제가 장학금 받고 학교를 다녔거든요. 레슨을 어디서 받아야 되겠는 거예요. 근데 레슨비 내는 게 너무 아까운 거야. 안 내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학교를 들어가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줄리아드 교수가, 볼티모어의 피바디 음악원에 있는 교수를, '이 사람이 잘 가르치니까 가봐라' 갔더니 그 선생님이 '학교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학비를 안 내고 다닐 수 있다. 그런데 경력이 굉장히 많아야 하고 동양 사람이 여태까지 된 적이 없다.' '그럼 시험 한번 쳐볼게요.' 근데 돼서.

이병희 아나운서 : 아 그것도?

이태원 배우 : 그래서 그거 하면서, AD는 실기 박사 같은 건데 전 악기 통틀어서 딱 한 명 뽑았거든요. 그 당시. 근데 거기에 된 거예요. 그 대신 학교의 얼굴이 돼야 돼요. 그래서 그때 정말 나가기 싫어도 콩쿠르란 콩쿠르는 1년 동안 싹 다 나갔는데 가서 다 이기고, 가지고 온 거예요.

그러다가 메트로폴리탄 콩쿠르까지 나가게 된 거고. 그러면서 그 콩쿠르 준비하다가 우리 선생님 와이프가 보컬 코치였는데 제가 뮤지컬 좋아하니까 '이번에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안 몇 조를 뽑는다고 그랬는데 한 번 해볼래?' 그래서 전혀 모르는 노래를 그 집 악보가 있어서 거기서 보고 아무거나 불러서, 그 당시는 테이프였거든요. 테이프로 보냈는데 그게 1차가 돼서 2차, 3차 브로드웨이 오디션을 1년 반 동안 7차인가 8차까지 봤죠. 그렇게 마지막까지 돼가지고 브로드웨이 하게 된 거예요. 갑자기 인생이 좀 웃기게 돌아가죠. 그래서 뮤지컬 하게 된 겁니다.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원래 '뮤지컬 하게 되면 내가 무슨 역할을 해봐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이태원 배우 : 아니요. 그것보다는 제가 뮤지컬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브로드웨이 되고 그때 매트로폴리탄은 마지막 파이널리스트가 됐었어요. 근데 브로드웨이 오프닝이랑 날짜가 겹쳐서 제가 마지막을 못 했어요. 나더러 '어떡하겠느냐' 그래서 '메트로폴리탄 포기하겠다' 그랬더니 '미쳤냐' 그러더라고요. 저 학교 다닐 때 줄리아드에서 이태원이 누군지 아무도 몰랐을 텐데 그때 갑자기 유명해졌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거기 안 가. 쟤가 거기 마다하고 브로드웨이 갔대. 걔가 누구래.'

이태원 배우 : 나중에 동문회 카드 다시 만들러 갔다가 이름을 말했더니 '네가 걔야?' 이러는 거예요. '네가 나를 어떻게 알아?' 했더니 니가 그때 했던 애냐고. 저도 몰랐는데 그때 유명해졌대요. 그거를 포기하고 갔다고 해서.

김수현 기자 :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의 최종 파이널.

이태원 배우 : 그거를 제가 (브로드웨이랑) 같은 날이어서 마지막 날을 포기했거든요.

김수현 기자 : 거기 가셨으면 지금 메트로폴리탄에 서 있었을 수도.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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