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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유연화 카드 만지작…'과로 원하는 자본의 욕망' 자극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권남표 노무사)

권남표 갑갑한 오피스 썸네일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친구네 집에 흐뭇한 간장 내음이 물씬 풍겼다. 음식물 처리기에 낮에 먹은 전복 간장조림 음식물 쓰레기를 넣었다고 했다. 음식물 처리기를 처음 봤다.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배출하는 게 당연하던 내게 음식물처리기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었다가 세상에 나타났다. 집에 돌아가 온라인 쇼핑몰을 헤맸다. 성능을 찾아보고, 메이커와 가격을 비교했다. 이걸 쓰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 없이, 여름철 무더위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더 편할 수 있다는 욕망이 살아났다. 여태 잘 살아와서 꼭 필요하지 않았는데 견물생심이라고 보고 나니 욕심이 났다.

정치인의 발언도 욕망을 자극한다.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이 점쳐지며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낸다. 최근에는 반도체특별법이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심지 굵은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환영했지만, 그 이면에는 '반도체 산업 연구직에 대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라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 놓여 있었다.

그 시작에는 민주당 당 대표 이재명이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긍정적인 발언이 있었다. 그는 2025년 2월 3일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 제외 어떻게?> 토론회에서 "특정 중요 산업의 연구 개발자 중 고소득 전문가가 동의할 경우만 예외로 '그들이 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라고 하니까 할 말이 없더라, 거절하기가 너무 어렵더라"라고 말했다. (다만 이 글을 작성하는 2025.2.26.에는 주 52시간 예외 적용 제안을 철회한 상태이다.)

정치인의 한마디는 욕망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국민의힘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52시간 예외 적용을 외치기 시작했다.

최대 52시간을 일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을 한국 사회는 '유연화'라고 표현한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사장이 포기할 수 없는 욕망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이상적인 근무 형태다.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더라도 일의 양의 측면에서 2명의 사람이 필요한 일을 1명이 2배로 일하게 시킨다는 것이 노동시간 유연화의 골자다. 2명의 일자리에 1명을 써서 고용 창출의 기업적 책임을 외면하겠다는 결과물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유연화의 반대말은 경직적이라고 할 텐데, 경직적인 노동시간은 반대로 노동자를 보호한다.

죽음은 유연화된 장시간 노동의 그림자다. 과로사 판단 기준은 노동시간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다.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 이상 일한 경우, 발병 직전 1주 동안 60시간을 초과하여 일한 경우 그 죽음은 과로사가 된다. 이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은 업무 스트레스에서 비롯해서 사람을 자살로 이끌기도 한다.
 
#사례 1
한 연구원은 8명의 인원이 투입되기로 계획했던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거의 혼자서 수행하다가 프로젝트가 추가로 병행되자 과도한 업무량 속에서 우울감, 불안, 불면, 자존감 저하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고인은 사망 20분 전까지 업무 통화를 하는 등 사실상 회복의 시간 없는 무제한의 노동을 하였던 것이다.
 
#사례 2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망인은 건설 현장에서 시스템 데이터의 에러를 확인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였는데, 공기 단축이라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살 전 1주일간 72시간을 넘게 일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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