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맞서 유럽이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동시에 실질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미 무역 갈등을 빚은 사례가 있는 만큼 유럽은 역내 경제 이익을 보호하고 무역 전쟁을 피하고자 다각적인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다음 달 1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모든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부과 방침도 내놨습니다.

관세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특유의 조세 제도나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환율, 역외 세금까지 모두 조사해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식 상호관세'입니다.

백악관은 미국이 손해를 보는 불공정 무역 국가로 브라질과 인도, 유럽연합(EU), 프랑스 등을 지목했습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동차,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최소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단 계획을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EU의 자동차 관세 10%가 미국의 2.5%보다 높다며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철강과 자동차는 유럽의 핵심 산업이라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U에 따르면 유럽 철강산업은 EU 전체 GDP의 800억 유로(약 120조 원) 가량을 차지하고 27개 회원국 중 22개국에 걸쳐 500여 개 생산 시설이 가동 중입니다.

생산량의 20%가 미국에 수출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은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 규몹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EU로서는 최대 280억 유로(약 42조 원)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자동차 산업 역시 EU의 효자 종목으로 EU 전체 GDP의 7%를 차지하고 약 1천40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독일이 EU 회원국 중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EU 무역 수장은 최근 직접 미국을 방문했는데, 일단 유럽은 양측의 무역분쟁이 모두에게 손해라며 설득하자는 태돕니다.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럽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지 말라고 말했다면서 "미국은 중국과 유럽을 상대로 동시에 무역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우선순위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역 전쟁은 유럽이 아닌 중국이 상대라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도 유럽은 설득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맞대응 카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측의 관세 부과가 임박한 철강 산업의 보호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다음 달 4일 유럽 철강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고자 '철강에 대한 전략적 대화' 첫 회의를 주재할 예정입니다.

역내 철강 업계, 원자재 공급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여 경쟁력과 탈탄소화 가속화, 공정한 무역관계 보장 등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목푭니다.

또, EU가 사전 공개한 전략대화 추진안에서 미국 철강 관세 여파로 "(전 세계) 과잉 생산량이 EU로 이전될 위험도 한층 악화할 것"이라며 2026년 6월 종료될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대체할 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단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EU는 수입 농식품에 대한 규제 강화도 예고했습니다.

EU 집행위는 지난 19일 발표한 농업 정책 로드맵에서 "수입 제품에 적용되는 생산기준의 보다 강력한 조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U 생산업자가 지켜야 하는 엄격한 생산기준 수준을 수입 물품에도 적용하겠다는 건데 특히 농약과 동물 복지 관련 기준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새 관세 정책에 대한 맞불 성격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U에서 금지한 살충제로 재배된 미국산 대두 등이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U는 또 미국이 상호관세를 적용한다면 즉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핵심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EU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에도 미국이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하자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60억 달러(약 9조 원) 규모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