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시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 모습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의 상판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 것은 오늘(25일) 오전 9시 49분쯤, 공사가 이뤄지던 교량 아래 도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 몇 대가 지나갈 뿐 평온한 상태였습니다.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해당 차량이 교량 밑을 지나간 뒤 5초 뒤에 영상 가장 왼쪽의 교량 상판에서 뿌연 연기가 나면서 휘어지기 시작합니다.
상판 가운데 부분이 꺾이더니 브이(V) 자 모양으로 주저앉았습니다.
가장 왼쪽 상판이 완벽히 V자가 돼 거의 다 무너져 내릴 때쯤 바로 오른쪽 상판부터 상판 두 개가 거의 동시에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뿌연 연기와 함께 붕괴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 속 교량 상판 세 개가 와르르 무너져 바닥으로 내려앉는 데는 약 5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상판이 무너지면서 굉음도 함께 났습니다.
블랙박스 차량 운전자인 백 모(32) 씨는 "우르르 쾅쾅 대포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는데 교각에 올려진 상판이 무너지며 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고 전했고, 인근 고물상에서 일하는 조 모(25) 씨도 "다이너마이트가 터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영상에 나온 상판은 3개뿐이지만, 총 4∼5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교각 위에서는 작업자 10명이 있었습니다.
빔 작업 확인 및 빔 거치 작업을 하던 중 런처 기계를 이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이들은 교량 상판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해 잔해에 매몰되고 말았습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우선으로 인명을 구조하고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매몰자 모두 구조됐으며, 4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6명은 중경상을 당했습니다.
구조 작업이 마무리된 사고 현장은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약 50m 높이 교각 8개 아래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상판 여러 개가 약 200m 구간에 걸쳐 떨어져 있었는데, 곳곳에는 끊긴 철근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깨진 철재 파편도 나뒹굴고 있습니다.
붕괴한 교량 아래를 지나는 왕복 2차선 지방도 2~3㎞ 구간도 사고 여파로 통제 중입니다.

다만 사고 현장 인근 100m가 채 되지 않는 곳에 단독 주택들이 있었으나, 파편이 민가를 다행히 덮치지는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주민 성 모(77) 씨는 "집에서 교량 위에서 사람들이 일하던 것을 종종 보곤 했었다"며 "추운 날씨에 새벽같이 일하러 나온 사람들이 사고를 당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