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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리 유력 메르츠 "안보체계 근본 재편해 미국 의존 끝내야"

독일 총리 유력 메르츠 "안보체계 근본 재편해 미국 의존 끝내야"
▲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23일(현지시간) 독일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유력한 차기 총리로 부상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유럽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거론하며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선데이타임스 등에 따르면 메르츠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후인 이날 저녁 독일 ARD·ZDF 방송에 출연해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으로부터 '실질적 독립을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독일이 안보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해야 한다면서 "내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가능한 빨리 유럽을 강화해 단계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의 운명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나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어떠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 주도 외교안보동맹체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을 지켜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래도 향후 수개월 동안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 정치권의 개입은 모스크바로부터 봐 왔던 개입에 비해 극적이거나 과격하고 근본적으로 터무니없다는 점에서 덜할 것이 없었다"면서 "우리는 양측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고, 내 최우선 순위는 유럽의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토를 통한 미국의 핵우산 없이도 유럽이 스스로 지킬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지난 21일에는 독일 ZDF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더는 나토의 상호방위 약속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유럽 내 핵무기 보유국인 영국, 프랑스와 핵공유 등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는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그는 러시아를 상대로 이른바 '회유 정책'을 쓰는 건 역효과를 부를 뿐이라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서방의 나약함으로 인식해 더욱 공격적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해 왔습니다.

또,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를 탓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연일 비난한 데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메르츠 대표는 지난 19일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체제를 찬미하는 사람'으로 지칭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탓하는 행태는 "가해자-피해자 관계의 고전적 반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30% 가까운 득표율로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위는 극우 AfD(19.5%)가, 3위는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16.0%)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난민들이 벌인 강력범죄와 테러의 영향으로 독일 사회에 반이민 정서가 팽배한 분위기에 편승해 초강경 난민정책을 내세운 우파 정당들에 유권자가 몰표를 던진 결과입니다.

영국 언론인 리사 하셀딘은 텔레그래프지에 실린 기고문에서 "10년 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중동 불안을 피해 달아난 100만 명 가까운 망명 신청자들에게 나라를 개방한 결정이 격렬한 응답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셀딘은 메르켈의 소속 정당인 CDU가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이러한 정책으로의 회귀는 기대할 수 없다면서 "메르켈의 유산이 담긴 관에 마지막 못을 박는 게 메르츠 대표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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