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폐렴 진단을 받고 일주일째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상태에 대한 교황청의 명쾌하지 않은 설명이 뜬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지시간 19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4일 교황이 로마 제멜리 종합병원에 입원한 뒤 이탈리아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들은 교황이 선종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정신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소문은 주말인 15~16일에도 계속 돌았고, 18일 교황이 폐렴 진단을 받았다는 교황청의 발표 뒤에도 일부 교황청 출입 기자들은 취재원과 동료들에게서 교황이 이미 선종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방송국 미디어셋의 바티칸 특파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는 "자가발전식 소문이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퍼져나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루머의 확산은 교황청에도 일부 책임이 있는 듯 보입니다.
이탈리아 미디어 몇 곳이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문을 기사화까지 했지만, 교황청이 이에 대한 설명을 거부했다는 겁니다.
NYT는 이 같은 정보 제한 때문에 교황청의 발표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황청은 2021년 교황이 결장 절제 수술을 받는다고 발표한 과정에서도 입길에 오른 바 있습니다.
당시 교황청은 이 수술이 예정돼 있던 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사실이 갑자기 공개되면서 교황의 건강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내부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은 교황청의 전통이라고 말합니다.
교회 역사학자인 알베르토 멜로니는 "교황청은 지도자의 건강이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사안이라는 군주제의 생각을 이어왔다"며 "그래서 교황의 건강 상태를 숨기려는 본능이 항상 존재해 왔다"고 짚었습니다.

교황청은 입원 초기 교황이 '다균성 호흡기 감염'으로 복합적 임상 상황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뒤 18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교황의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다고 알렸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적십자에서 활동하는 의사인 디에고 마리아 나티 박사는 CT 촬영 등은 호흡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검사인데 교황청은 교황의 입원 나흘 후에야 해당 검사에 대해 언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양측성 폐렴을 진단하는 데 나흘이 걸린 것이라면 제멜리 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불행한 것"이라며 교황청이 정보 공개를 지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교황의 건강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 한다"며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면 좀 더 솔직하게 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의 상태가 안정적이며 혈액 검사에서도 염증 지표를 중심으로 조금씩 나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