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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임신·출산 비용도 실손보험으로?

보험에도 '특허'가…보험업계, 배타적 사용권 연장 요구

[취재파일] 임신·출산 비용도 실손보험으로?
보험 상품에도 일종의 '특허'가 있습니다. 특별한 발명에 대해 국가가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듯 보험 상품시장에서도 '배타적 사용권'이란 게 있습니다. 대동소이한 보험 상품들 사이에서 특정 보험사가 기존에 없던 새롭고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한 경우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심의를 통해 일정기간 독점적 상품 판매 권리를 부여합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신상품을 만든 회사의 이익 보호를 위해 다른 회사엔 최대 1년 동안 유사한 상품을 팔지 못 하게 하는 겁니다.

업계 최초로 암이 재발해도 한 번 더 암 보장을 해준 교보생명의 '교보 가족사랑 통합CI 보험(두 번 보장형)'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자, 지난해 가을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려동물 장례 지원비 보장' 상품을 개발해 서로 '최초'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늘어나는 소비자 필요에 맞춰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는 건 사람들이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도록 돕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볼 만합니다. 19일 기준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남아 있는 보험 상품은 손보 9종, 생보 7종에 이릅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왼쪽에서 네 번째) (사진=손해보험협회 제공, 연합뉴스)
새해를 맞은 보험업계는 이런 '보험 특허'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단으로 삼겠다는 각오입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등으로 빠르게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시점에 보장공백을 해소하는 신상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배타적 사용권이 일종의 유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 난임 치료 보장 및 산후조리 지원 상품 등 출산 관련 신상품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며 배타적 사용권 부여 확대를 주장했습니다. 관련 상품군이 가점을 받도록 심의기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보험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댄 보험개혁회의에서도 마침 배타적 사용권 부여기간을 최대 18개월로 늘려 '아이디어 싸움'을 유도하기로 했습니다.

실손보험 개혁 논의와도 맞물려 주목됩니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지만 자기 부담은 늘리고 비급여 치료 보장을 줄이는 5세대 실손보험 논의 방향에 더러 불만이 있는 소비자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허 기간이 늘어나면 그간 실손 영역 밖에 있었지만 꼭 필요했던 상품 개발도 촉진될 거란 게 보험업계의 기대입니다. 이 회장은 "임신과 출산 관련 비용과 육아 비용을 5세대 실손으로 지원하는 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1회에 한해 보장하는 상품이 많았던 난임 치료비용도 실손으로 여러 차례 보장받게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보험업계가 독점 판매 기간을 늘려보겠다는 근저엔 물론 이윤에 대한 욕망이 있습니다. 보험금 지급기준 설명은 허투루 하고 과도한 보장만 내세운 불완전 판매도 여전하니 곱게만 보긴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생애주기에 따라 이뤄지는 전형적 '계획'인 임신과 출산에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것 역시 '우연'에 대비하는 보험 원칙과 안 맞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당국이 이를 허용한 건 그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 아닐까요. 속내야 어떻든 국가적 과제 해결에 보험업계가 아이디어 경쟁으로 기여하겠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배타적 사용권 확대 논의를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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