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게 탄 부산 호텔 신축공사장
6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와 관련해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국소방기술사회 박경환 회장은
오늘(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안전시설의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화재 사흘 뒤인 지난 17일 불이 난 리조트 B동 1층을 포함해 대부분의 공간을 살펴봤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불이 난 1층에는 화재 감지기가 없는 곳이 많았고, 다른 층에 설치돼 있는 감지기는 플라스틱 캡이 그대로 씌워져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회장은 "감지기는 먼지라든지 이런 것에 오작동한다"면서 "플라스틱 보호 캡이 씌워져 있는 상태로 다 설치를 하고 준공단계에서 그걸 테스트하면서 제거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스프링클러도 모두 설치돼 있지 않고, 일부는 보호 캡이 그대로 씌워져 있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박 회장은 "스프링클러 주름관이 원형으로 둘둘 말려 있는 상태로 있던데, 천장이 다 설치되면 그걸 펴서 스프링클러를 고정해야 하는데 그대로 놔두는 등 설치 안 된 구간이 있었다"면서 "스프링클러 작동은 수사기관이 결론을 내리겠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재는 천장을 따라 확산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박 회장은 "천장 안쪽에 배관이라든지, 가연물 케이블 등이 설치되는데 천장을 따라 불이 쭉 이동한 흔적이 보였다"면서 "여기에도 스프링클러가 보통은 설치되는데 정상으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면 이렇게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방화문이 아예 없거나, 방화문을 닫을 수 있는 '도어클로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방화문에 벽돌이나 고임목을 받쳐 제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해놓은 곳도 많았습니다.
박 회장은 "도면상에는 원래 방화셔터가 설치돼야 하는 구간인데 아마 그거를 제거하고 방화문으로 바꾸는 공사도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방화문이 있었다면 연기가 그 정도까지 빨리 확산할 가능성이 작고, 다른 동으로 화재가 확산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인테리어 내장재를 보호하는 가연물인 '보양제'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회장은 "공사를 하고 나면 훼손되지 않고 이쁘게 보관하기 위해 보양제를 붙이는데 보양제인 골판지를 둘둘 말아 놓은 것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면서 "천장으로 불이 확산하며 불똥이 아래로 떨어지는데 가연물에 불이 붙으며 또 확대된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 회장은 해당 건물이 사용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사용 승인이라고 하는 것은 건물에 사용자가 들어가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현장에는 그런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뭐가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도저히 정상적인 행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