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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주민들 "떠날 바엔 여기서 죽겠다"…트럼프 구상에 격앙

수요일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대부분 파괴된 지역에서 한 남성이 임시 벽과 태양광 패널로 사용되는 시트가 있는 집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대부분 파괴된 가자시티에서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킨 뒤 미국이 전후 가자지구 땅을 소유·개발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가자 주민은 일제히 "고향 땅을 떠날 바엔 죽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5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 ABC 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가자지구 구상을 접한 주민은 그 어떤 팔레스타인인도 이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극렬한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가자지구 칸유니스 출신 주민 아부 피라스(52)는 가디언에 "우리는 이 땅을 떠나느니 차라리 죽을 것"이라면서 "그 어떤 돈도 우리 고향을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가자지구가 전쟁으로 인해 '지옥'이 됐으며 주민도 살기를 원치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자신들은 오랜 분쟁에도 불구하고 선조 때부터 굳건히 지켜온 고향 땅을 사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동안 여섯 차례나 피란을 떠났던 주민 왈리드 알무나야는 가디언에 "우리에게는 '집을 떠난 이는 자기의 존엄도 잃게 된다'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면서 "우리는 회복력이 강한 국민이며, (강제 이주는) 트럼프의 꿈에서라도 절대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 머무를 것이며 우리 땅을 한 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주민 대부분은 지난 15개월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맹폭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안에 머물기를 택했고, 휴전이 실시되자 비록 폐허뿐일지라도 고향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휴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피란민 수천 명 중 한 명인 람즈는 가디언에 "결국 이 모든 파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 우리 땅에 머무를 것이며, 존엄하게 살고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발리야 난민 캠프에 머무르고 있는 주민 푸아드 하템 알쿠르디는 ABC 뉴스에 가자에 남기로 한 주민의 선택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면서 "이들은 거의 15개월간 극심한 공포와 죽음, 피란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의 땅에 머물렀으며 떠나지 않았다. 15개월의 고통 이후에도 아무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이 불법적인 '인종 청소' 시도라는 각국의 비난이 쏟아지자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영구적으로 이주시키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가자 주민 대부분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70만 명 이상이 강제 이주를 당한 '나크바'(대재앙)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다시 고향 땅을 떠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짚었습니다.

ABC 뉴스는 일부 주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들을 이곳에서 영원히 추방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가자 주민 아부 안톤 알자바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그 어떤 팔레스타인인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면서 "가자지구는 우리 땅이자 고향이다. 우리는 여기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자 주민 무나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로서의 꿈은 포기하고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고수해 온 '두 국가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민 모두 각자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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