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늘리면서 20대 청년층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은 조사국은 오늘(4일)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고용' 보고서에서 "경력직 채용 증가로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 상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은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경력직의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올랐습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하고 기업 측면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한 것이 경력 채용 선호의 배경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이 경력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20대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한은은 분석했습니다.
실제 모형 분석 결과,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비경력자 비중이 큰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44%에서 34%로 10%포인트(p) 떨어진 데 반해 30대는 54%에서 51%로 3%p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사회 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때의 생애 총취업 기간도 경력직 채용 증가 영향으로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 줄었습니다.
그 결과 노동시장 진입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평생 소득을 연 5%의 금리로 할인한 현재 가치 역시 3억9천만원에서 3억4천만원으로 13.4% 줄었습니다.
한은은 더 나아가 경력직 채용 증가로 청년의 취업기회가 제한되면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영향도 분석했습니다.
비경력자 구직 노력이 30% 낮아지는 경우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20대 청년 고용률은 현재보다 5.4%p 하락하면서 30대와의 격차가 1.1%p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생애 총 취업기간은 1.6년 더 줄고, 생애 소득의 현재 가치도 10.4% 감소하게 됩니다.
한은은 청년층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학교, 기업, 정부 등이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나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 훈련 제도로 청년들에게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예로 들었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