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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위망 '쿼드' 결속 강화에 '세계 최강 군대' 선언한 트럼프의 진짜 속내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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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이 노트
- 인플레 잡겠다던 트럼프가 조용한 이유
- 트럼프가 관세 협박으로 얻은 것
- 미중 관계 첫 시험대는 '틱톡'?
- 기술안보주의 시대, 한국이 찍히면 안 되는 이유

지금은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합쳐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미 됐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AI의 시대'로 넘어왔잖아요? 지금 이걸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 타이완, 그리고 일본이 하나의 그룹으로 흐름이 가고 있어요.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한국은 거기서 약간 동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한국이 '중국으로 기술이 새는 나라’라고 찍힌다면, ‘구멍이 될 수 있다’라는 우려를 트럼프가 갖게 되면 한국은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트럼프 하면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 아니겠습니까? 트럼프가 취임식 날을 통해서 보여준 바, 그다음에 그가 선거를 통해서 했던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그것에 대한 강조가 역시 제일 눈에 띈다고 하겠습니다. 트럼프는 그냥 미국 우선주의도 아니고 미국 '최우선주의'를 정말 열심히 추구하겠다는 것이고요. 미국에 대해서 그동안 '세계의 경찰'이라는 표현이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제 미국이 어느 시점부터는 '우리는 경찰 안 할 거야'라고 했지만, 어쨌든 세계는 미국에 대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기대해 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제는 세계의 일진이 되겠다고 트럼프가 선언한 거예요.

우리가 경찰과 일진의 차이를 한번 생각해 볼까요? 경찰은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어떤 질서가 있고 사회의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일진은 그게 아니죠. '내가 힘이 세니까 내 거 내놔' 이 차이가 있는 겁니다. 그걸 볼 수가 있는 게, 트럼프의 공식 취임사에도 '파나마 운하를 우리가 갖고 오겠다'라는 얘기가 상당한 분량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다음에 행정명령 서명할 때 나온 얘기인데,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토로 갖고 오겠다는 얘기를 또 해요.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하를 파나마에 준 것이지, 중국에 준 것이 아닙니다. 돌려받을 것입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에 군사적 경제적 강압을 가하진 않을 것인가요?) 그건 약속 못 합니다. 다만 경제 안보를 위해 필요하단 건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미국이 파나마 운하나 그린란드를 갖고 오기 위해서 어떤 무력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라도 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거 하고 본질적으로 뭐가 그렇게 다를까요? 그동안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면 그걸 말리고 제재하는 나라였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센 존재가 없는 세상이 펼쳐질 수가 있는 겁니다.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그전에는 어떤 국제 기구라든가 합의된 국제 질서 같은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이제는 그게 점점 무력화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미국의 대통령부터 나서서 '미국이 그런 것에 제약당하는 게 싫다. 우리가 제일 세니까 우리한테 할 말 있으면 1대1로 해' 이렇게 나오고 있는 세상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세상은 '블록화'가 점점 더 진행이 될 겁니다. '내가 중간에서 양쪽의 이익을 다 취하고 싶다' 하고 싶다고 안 되는 세상이 '블록화'되는 세상이에요. 근데 지금 세계가 점차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얘기를 할 수가 있고요.

또, 트럼프는 선출된 권력이지만 그 결과로 자기가 갖게 된 권력을 제약당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트럼프가 그동안에 보면 푸틴이나 시진핑 같은 해외 권력자들한테, 그 개인에 대해서는 상당히 존중하고 좋게 생각하는 표현들을 많이 쓰잖아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자기도 그들처럼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 심리가 이른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습격 폭동의 관련자 1천500명 이상을 사면한 것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이 사람들은 인질들입니다. 1천500명 정도 되는데, 완전히 사면합니다.

그리고 취임식 직후에 공식 취임식이 끝나고 나서 의사당 건물 밑 방문자 센터에는 공식 취임식에 들어오지 못한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거기 내려가서 취임사 원고에 없는 즉흥 연설을 해요. 거기서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래서 이런 날씨라면 4년마다 이런 데서 취임식 해도 괜찮지 않을까?' 자기가 그렇게 생각을 했대요. 그랬더니 지지자들이 '와' 하면서 좋아해요.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오늘 날씨가 아름다워서 '이런 날씨면 4년마다 이런 곳에서 (취임식을) 진행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두 번 이상 연임하지 못한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이었고 이번에 47대예요. 연달아 두 번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럼 48대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얘기들을 이미 슬금슬금 흘리고 다녔습니다. 트럼프는 그것을 슬쩍 언급한 거예요.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물론 지금은 이제 47대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시리어스한 논란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트럼프가 권력에 대해서 갖고 있는 어떤 태도랄까, 그런 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 잡겠다던 트럼프가 조용한 이유

Q.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거는 사실 경제 문제가 굉장히 컸다고 생각이 드는데, 막상 취임식 때는 경제 문제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 같더라고요.

물가에 대해서 언급이 좀 있었는데요. 선거에서 물가를 굉장히 강조했던 것에 비해서는 '내가 물가를 꼭 잡아서 여러분들을 잘살게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취임사의 중요 내용으로 그렇게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아요.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면, 그동안에는 물가 문제를 거론하면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거고 공격하는 거니까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부터는 물가를 자꾸 얘기했는데 안 잡히면 자기 책임이거든요. 유리하지 않은 거예요. '트럼프가 정말 물가를 내릴 수 있다고 믿습니까?'라는 여론조사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매우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20%, '상당히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20%. 그 정도밖에 안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쉽지 않다는 것을 여론조사 응답자들도 알고는 있는 거고요.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한편으로는 물가는 일단은 너무 올랐으니까 내렸으면 좋겠지만, 물가가 내려온다는 것도 사실은 안 좋은 사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그걸 제일 잘 보여주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이 물가 지수가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사람이 저체온증에 빠지는 거랑 비슷해요. 경제가 식어요. 물건도 안 팔리고요, 사람을 고용할 수 없고 사람을 내보내야 돼요.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 되면 그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죠. 결국은 물가는 낮은 상승률로나마 계속 오르게 될 텐데, 그럼 '트럼프만 들어서면 생활 물가가 뚝뚝 떨어질 거'라고 기대했던 유권자는 실망을 하겠죠. '트럼프가 되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내가 생활비로 지출되는 돈은 줄지 않았어.' 그렇게 될 상황이기 때문에 아마도 굳이 이 물가 문제를 힘주어 얘기하지 않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요. 트럼프도 평생 기업인으로 산 사람인데 모르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자세히 얘기해 봐야 별로 득이 안 된다고 보는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들을 정말 진심으로 밀어붙이면 물가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경제학자들이 하는 얘기예요. 관세를 올리면 미국도 수많은 물자를 수입하는 나라인데 수입 물가가 오를 거 아닙니까? 그다음에 이민자들을 대거 검사해서 불법 이민자들을 내보내겠다고 하는데 미국의 많은 육체노동, 험한 일,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사실은 불법 이민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쫓아낸다고 그 일을 미국 시민권자들이 할 상황이 아니에요. 그러면 결국은 많은 제조업 노동이나 기타 서비스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요.

그다음에 감세해 준다고 해요. 세금은 깎아주겠다는 거예요 그러면 이것도 물가 자극 요인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로서는 물가를 잡기는 해야겠는데 자기가 약속해 놓은 공약들을 추구하면 물가를 잡기가 어려운 그런 딜레마에 사실은 빠져 있어요. 그런데 선거 때는 그런 거를 정교하게 따질 상황이 아니고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막 해야 되니까 그렇게 했는데 정권을 잡은 지금부터는 상당히 좀 골치가 아플 겁니다.
 

트럼프가 관세 협박으로 얻은 것

경제가 중요하니까 우리나라에서 경제 걱정하는 사람들이 제일 크게 걱정한 게 아마 관세였겠죠. '관세 얘기를 얼마나 강력하게 할 것이냐'였는데, 원래 트럼프가 공언했던 것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 10%에서 20%의 이른바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였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60%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얘기를 했죠. 그러나 취임사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취임 얼마 전에 워싱턴포스트에서 이런 보도를 했어요. '그렇게 보편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매기지 않고 안보와 경제를 생각해서 일부 중요한 품목에만 매기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트럼프가 그거 가짜 뉴스라고 또 부인하고 이랬거든요.

그 상황을 보면 트럼프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세력, 트럼프 2기 정부의 일을 해야 되는 세력들 사이에서 어떤 노선 다툼이랄까? 이런 게 좀 벌어지는 정황이 보입니다. 왜냐하면 앞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관세를 실제로 그렇게 시행을 하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제 실제 관세를 집행해야 되는 경제 관료 같은 사람들, 또 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그 약속을 그대로 시행하지 않았으면 하는 한 그룹이 있을 거고. 그다음에 보다 정치적으로 트럼프에 충실한 사람들은 '약속한 대로 지켜야지 유권자들에 대한 어떤 약속을 지키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얘기하는 그룹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제 그 사이에서 좀 갈등이 있는 것 같아요.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그러나 어쨌든 취임 첫날은 관세 얘기를 그렇게 하지 않았고, 대신에 취임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관세 얘기를 꺼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중국이 멕시코와 캐나다로 펜타닐을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펜타닐을 보내는 거를 알고 있다.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서 10%의 관세를 일단 부과하는 거를 얘기하고 있고 부과하는 시점은 아마도 2월 1일이 될 것이다' 뭐 이런 얘기는 꺼내 놓았습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관세 얘기를 하는 걸 보면 관세를 어떤 그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쓰는 측면이 좀 보입니다. 그러니까 단지 무역 역조를 해결하고 정부의 곳간을 채우기 위한 용도, 뭐 그것도 있겠지만 그거 외에 다른 나라들을 겁박하는 그런, 뭐랄까 약간 흉기를 보여주는 것 같은 좀 그런 느낌이에요. 그래서 12월 초에 대선 승리하고 얼마 뒤에 멕시코에 대해서 위협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2024년 11월)
(멕시코 등이) 마약과 범죄의 공습을 막지 못한다면 즉시 25% 관세를 부과할 것입니다.

중국이 펜타닐을 제조할 수 있는 원료를 멕시코 등으로 보내고,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나라 아닙니까? '중국이 보내는 마약(펜타닐)의 원료를 단속 안 하면 엄청난 관세를 매기겠다' 이렇게 멕시코에게 겁을 줘요. 그러니까 멕시코가 12월 초에 갑자기 2천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펜타닐을 단속해서 압수를 합니다. 그다음에 미국으로 불법 국경을 넘어가려 했던 사람들을 갑자기 5천200명을 체포해요. 이제 트럼프 입장에서는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어서 원하는 바를 얻은 거예요. 관세를 부과해서 돈을 실제로 멕시코한테서 받아낸 게 아니고, 그런 식으로 관세를 씁니다. 인도도 트럼프가 관세 폭탄 때린다고 하니까, 인도도 자국 시장에 대한 보호 조치가 굉장히 강한 나라거든요. 그런데 미국 상품 수입 관세를 인하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런 식이에요, 트럼프가.

Q. 트럼프가 '중국은 무역 학대자지만 유럽연합은 아주 아주 나쁘다'라고 말하며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중국은 '무역 학대자'이지만 유럽연합도 매우 매우 나쁩니다. 그들은 우리의 자동차나 농산물을 받아들이지 않죠. 우리는 유럽연합에 대해 3천500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안고 있어요. 그들도 관세를 부과받을 것입니다.

트럼프가 유럽에 대해서 왜 그런 말을 했을지 저도 생각해 봤는데, 일단은 무역만 갖고 한 얘기는 아닐 거고요.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과 연장선상에 있는 얘기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트럼프가 처음에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GDP의 2% 이상 군사비를 써라'라고 얘기를 시작했는데 요새는 5%까지 쓰라고 하고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GDP 대비) 5%를 내야 합니다. 모두 감당할 수 있어요. 2%가 아니라 5%를 내야 합니다.

이제 거기에 더해서 트럼프의 취임식 사진을 보면 새로 장관이 될 사람들보다 앞에, 미국의 빅테크를 이끌고 있는 기업가들을 쭉 세워놨습니다. 메타, 구글, 아마존 이런 곳들의 창업자나 회장들을 쭉 세워놨거든요. 이 사람들이 아마 트럼프에게 그런 얘기를 했을 거예요. '유럽이 우리를 너무 괴롭혀요', '우리한테 각종 세금과 과징금을 너무 많이 뜯어가요.' 그 얘기를 트럼프가 많이 들었기 때문에 유럽에 대해서 '매우 매우 나쁘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공세를 예고했을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실제로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던 미국 보수 진영 팟캐스트의 대표 격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oe Rogan Experience)에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에 출연했습니다. 거기서도 이 얘기를 해요. 트럼프도 아마 그런 내용이 입력돼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마크 저커버그ㅣ메타 CEO (2025년 1월)
유럽연합이 지난 10년~20년 동안 기술 회사에 30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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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첫 시험대는 '틱톡'?

Q.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서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중국과 빚고 있는 갈등과 경쟁을 어떻게 풀어가려는지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단 처음 제스처는 '시진핑과 대화하고 싶다', 굉장히 유화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좋은 지도자다' 이런 식의 얘기를 계속해 왔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크게 어떤 대중 압박의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인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국무장관, 우리로 치면 외교장관이 되는 마코 루비오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래도 중국 견제를 굉장히 소리 높여 부르짖어온 대중 강경파거든요. 이 사람의 첫 일정이 뭐였냐 하면 '쿼드'라고 있습니다.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일본, 호주, 인도가 미국과 함께 결성한 안보 협의체인데, 국가들을 보면 이게 결국은 중국을 크게 포위하는 포위망이거든요. 이 국가들의 외교장관 회의를 주재하는 게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의 첫 일정이에요. 그리고 거기서 나온 단어들을 보면 '민주적 가치를 지키겠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해서 공동의 노력을 계속한다' 이런 표현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건 미국의 역대 정권이 중국을 압박하는 국제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서 계속 써온 용어들을 다시 쓴 거예요. 그러니까 중국에 대한 전략적 압박의 기조는 달라질 일이 없다는 것을 미국 행정부가 보여준 거라고 볼 수가 있고요. 다만 트럼프는 군사력을 강조하지만 '중국과 정말로 전쟁을 한번 붙어보겠다' 이런 생각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의 취임사를 보면 '세계 최강의 군대를 건설하겠다. 우리가 끝낸 전쟁 또는 우리가 개입하지 않은 전쟁을 통해서 우리의 성공을 평가받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우리는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구축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긴 전투뿐만 아니라 우리가 종식시킨 전쟁,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개입하지 않은 전쟁을 통해 우리의 성공을 측정할 것입니다.

'우리가 끝낸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얘기하는 것 같고, '우리가 개입하지 않은 전쟁'이라는 표현은 타이완을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래서 트럼프는 중국과 정말로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군사력으로 겁을 주어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을 선호하지, 실제로 군대를 보내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보는 그런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중국에 관해서는 틱톡 금지법 시행을 유예했어요. 앞으로 상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대목인데, 중국을 트럼프가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 틱톡 건이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틱톡을 트럼프가 지금 협상 카드로 쓰려는 그런 뉘앙스를 보였거든요. 바이든 정부 때는 중국 측이 틱톡을 매각 못하겠다는 입장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틱톡 운영자들에게 콘텐츠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중국 정부가 수출하면 안 되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로 분류를 해놨어요.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우리가 중국 정부의 반대 때문에 알고리즘을 못 파는데 어떻게 이 회사를 매각하란 말입니까?'라는 게 그동안 틱톡 측이 늘 해왔던 어떤 항변이었거든요. 그런데 트럼프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중국이 마음을 바꿔서 틱톡을 미국 측이 인수할 수 있게 합의해 주면 관세를 좀 깎아줄 듯한 뉘앙스를 여기저기 풍기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1월)
(머스크가 틱톡을 인수하는 것에 열려 있습니까?) 만약 그가 인수를 원한다면, 저는 열려 있습니다. 저도 사고 싶습니다. 저는 거래를 성사시킬 권한이 있습니다.

틱톡은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꽤 호재예요. 왜냐하면 일단 미국 국민들이 너무 많이 쓰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앱인데, 그걸 지금 미국 의회가 법을 만들어서 금지해 놓은 거 아닙니까? 트럼프는 국민들한테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저 정치인들이 당신들이 좋아하는 걸 뺏어갔어. 그런데 내가 되찾아 줄게.' 트럼프는 의회보다 위에 서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틱톡 금지는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서 법으로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걸 지금 행정명령으로 시행을 유예해 놓은 거거든요. 근데 거기다가 틱톡 금지의 조건이 '미국으로 그 회사가 매각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건데, 매각을 성사시키면 트럼프 입장에서는 '내가 미국에 굉장히 훌륭한 기업 하나를 당겨왔어' 이렇게 경제 살리는 대통령으로 자기를 홍보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죠. 

또 관세는 지금 중국에는 상당히 큰 문제입니다. 중국 경제가 안 좋은 건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인데, 트럼프가 처음 공언한 것만큼 60%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관세를 계속 올려가면 중국은 더더욱 경제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만약에 틱톡을 적당한 협상을 통해서 넘겨주고 관세를 낮출 수 있다면 중국으로서도 아주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닐 수 있죠. 그래서 이 문제가 어떻게 가는지를 한번 지켜보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중국은 트럼프가 지금 처음에는 좀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중국을 포위 압박한다는 미국의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의 공세를 맞받아치기 위한 조치들을 또 착실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미국이 반도체의 기술을 통제하니까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점점 더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미국이 미국 기업들의 제품을 만드는 공장들을 인도라든가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이를테면 애플도 지금 아이폰 만드는 공장 중의 일부를 인도로 옮기는 중인데, 중국이 그런 데 쓰이는 정밀 제조 장비의 반출을 막아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애플 같은 경우에는 중국에 있는 제조 시설 일부를 인도로 옮기는 게 제동이 걸렸습니다. 또, 중국 화폐인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것도 중국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중국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관세가 올라간 걸 좀 상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카드를 중국이 검토하고 있어요. 그래서 홍콩의 한 신문이 트럼프의 초기 유화적인 태도에 대해서 '선우후적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을 썼어요.

* 선우후적(先友後敵) : 먼저 친구 행세를 한 다음 적이 된다

선우후적. 처음에는 친구인 척하고 나중에는 적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그래서 중국은 그냥 일단은 트럼프가 그러니까 처음에는 맞장구를 쳐주는 거죠. 그러나 속으로는 잔뜩 경계하고 어떻게 받아칠지를 지금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현식 교양이를 부탁해 

기술안보주의 시대, 한국이 찍히면 안 되는 이유

Q. 트럼프 시대에 미국이랑 중국 사이에 한국이 난감하게 껴 있잖아요.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설 자리, 살아 나갈 방도에 대해서는 참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가능만 하다면 제일 좋은 것은 양다리 전략이겠죠.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서 우리한테 필요한 것만 쏙 빼내서 양쪽으로 득을 보는 게 가능하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시각을 반영한 전략이랄까, 용어로는 '안미경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안미경중 전략 :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그러니까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그런 표현이 있는데 그게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잘해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게 가능한 시대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기술안보주의가 굉장히 강화되고 있어요. 그전에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테크놀로지는 테크놀로지고 국가 안보는 국가 안보였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가들도 워싱턴에 있는 어떤 정책 담당자들이나 의원들이 '야, 그런 데 투자하면 미국의 안보에 좀 손해가 갈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귓등으로도 안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트럼프가 들어서면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가들이 일론 머스크라든가 또 몇 명이 이미 트럼프의 당선에 올인을 해서 베팅을 했고,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트럼프가 당선되니까 수백만 불씩 싸 들고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서 마라고를 찾아가고 그랬잖아요.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합치는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됐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AI의 시대로 넘어왔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걸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 타이완, 그리고 거기에 이제 일본이 그 흐름에 어떤 하나의 그룹으로 가고 있어요. 한국은 거기서 약간 지금 동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AI를 끌고 가는 어떤 그 기술의 흐름 거기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들이 미국, 타이완, 일본을 위주로 한 진영으로 짜여가고 있는 좀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그래서 한국은 여기서 잘못하면 좀 빗겨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AI와 관련된 첨단 기술들을 중국으로 넘어가면 절대 안 되는 국가의 생존을 위해서 중요한 기술로 분류하고 통제를 강화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국이 만약에 중국으로 기술이 넘어가는 구멍이 될 수 있단 우려를 미국이 갖게 되면 한국은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겁니다. 그나마 한국이 노릴 수 있는 기회는 미국이 중국과 지금 공급망 분리를 열심히 추구를 하고 있으니까 예전에는 미국이 기술을 갖고 돈을 갖고 만들어야 되는 물건을 중국이 만들어줬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걸 중국에 못 맡기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이거를 만들어줄 수 있는 나라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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