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매기는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날인 20일 밤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는 "재무장관은 상무장관, 미국무역대표(USTR)와 협의해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에 따라 외국이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차별적 또는 역외적 세금을 부과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FT는 법전 891조에 대해 '90년 된 모호한 조항'으로, 대통령에게 미국 내 외국인이나 기업에 징벌적 세금 부과로 보복할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자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차별'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그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서는 의회 승인 없이 세율을 두 배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앨릭스 파커 에이드베일리 세법국장은 "(891조 발동은)가장 극단적 선택지로, 처음부터 이를 쓰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각서에서도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합의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OECD 글로벌 조세 합의' 각서에는 "(OECD) 글로벌 조세 합의가 미국에서 강제력이나 효력이 없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경쟁력을 되찾는다"는 선언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재무장관에게 무역대표부(USTR)와 협의해 "미국과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 국가 또는 역외적이거나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영향을 미치는 세금 조약을 시행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외국 국가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60일 이내로 미국이 이에 대응해 채택할 만한 '보호 조치 및 기타 조치' 권고안을 작성해 경제정책보좌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FT는 이에 대해 "미국이 글로벌 세금 규정에 폭넓게 도전할 의향이 있음을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 한국, 일본, 캐나다를 포함한 OECD 협정 서명국들에 예고한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기업에 대한 역외 조세에 대한 보복적 조치 작성을 지시한 것"이라고도 봤습니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일정 매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이 본사 소재 국가에서 15% 미만의 세금을 내는 경우 다른 나라에서 15%에 미달한 세율만큼 과세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공화당은 이 조항이 조세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대해 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