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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회흥' 깨지자 모두가 놀랐다…유승민 대이변 가능했던 이유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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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공표합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앞으로 4년간 한국 스포츠를 이끌게 됐습니다. 숱한 논란을 일으킨 이기흥 현 회장을 제치고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깜짝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는데요. 유승민 후보가 회장으로 당선된 과정을 SBS 스포츠취재부 권종오 기자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유승민 핫스프
체육계에서는 '어회흥' 이런 말이 나돌았습니다. '어차피 회장은 이기흥.' 그러니까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장내에 있던 선거인단, 투표 관계자, 그다음에 취재 기자진 전부 다 놀랐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회장을 꺾는다? 이거 참 상상하기 어려운 대이변이 일어난 겁니다.
 

뜻밖에 이탈한 이기흥 회장 지지층

이번에 통합 체육회의 이후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나왔어요. '아무리 이기흥 회장이 사법 리스크가 많아도 약 40%에 달하는 이기흥 회장의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야권 후보가 5명이 난립해서는 절대 못 이긴다. 이기흥 회장이 한 35%만 얻어도 무난히 당선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측이 왜 깨졌을까요. 투표가 2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동안에 제가 각 후보 측의 캠프 관계자들을 만나서 취재를 했어요. '몇 표 정도 나올 거라고 예상하느냐.' 이기흥 후보 측은 투표율이 한 55% 될 것 같다. 이럴 경우에 한 500표에서 600표 나온다 이렇게 얘기를 했고요. 유승민 후보 측은 약 400표, 최소 400표 이상은 나온다. 그런데 딱 뚜껑을 열어보니 유승민 후보 측의 전망이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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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후보는 417표가 나왔습니다. 이기흥 후보는 적어도 최소한 500표는 나온다고 했는데 379표예요. 약 3분의 1이 이탈한 겁니다. 제가 예상하기로는 대부분의 그 표가 유승민 후보 쪽으로 쏠린 것 같습니다.

보통 체육회장 선거를 하면요, 투개표가 끝나고 개표 발표가 되면 출마한 후보들이 나와서 승자를 축하를 해줘요. 개표가 끝난 지난 14일, 6명의 후보 가운데 유승민 후보하고 강신욱 후보만 남아 있었고 다른 4명의 후보는 단상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기흥 후보의 충격이 아마 엄청 컸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유승민 후보로 쏠린 '야심'

강태선, 유승민 후보의 표를 합치면 한 50% 정도 될 거다 했는데요, 뚜껑을 연 결과 이건 맞았습니다.

유승민, 강태선 후보의 합이 결국 52%인데 이게 정확하게 26대 26으로 나눠지지 않고 유승민 후보가 34.5%로 가고 강태선 후보는 약 18% 쪽으로. 그러니까 이게 완전히 기울어졌죠. 거의 2배, 더블 스코어 차이가 난 겁니다. 이렇게 되면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후보를 꺾을 수 있는 아주 결정적인 요인이 됐습니다.
 

발목 잡은 '사법 리스크'... '새 바람'에 대한 기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기흥 회장이 3선에 성공하더라도 문체부는 승인하지 않겠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승인하지 못하면 취임을 못 하거든요. 그다음에 지금 직무 정지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당선되더라도 직무 정지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제가 어떤 선거인단을 만나봤는데요, '이기흥 회장의 직무 정지 가능성 때문에 도저히 찍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선거인단도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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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또 하나는 이기흥 후보 쪽에서 주로 이탈한 표가 젊은 선거인단으로 파악이 되는데, 그 이유는 뭐냐 하면 아시다시피 안세영 선수가 쏘아 올린 그동안의 우리나라 체육회를 비롯한 체육단체의 각종 부조리, 문제점이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대한 염증 이런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되고요.

아무래도 이제 유승민 후보가 굉장히 젊지 않습니까? 이제 만 43살인데 어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체육계에서는 젊은 사람으로 이번에 한번 세대교체를 해보자 이런 바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은 이유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이기흥 회장을 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여론이 지배적이었는데 그래서 다른 후보들이 그동안 단일화 회동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런데 단일화가 왜 안 됐느냐. 제가 취재한 바로는 아무래도 유승민 후보가 나이가 어리지 않습니까? 40대 초반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당신은 다음에 해도 나이가 젊다. 아직 몇십 년을 더 체육계에 있을 사람인데 왜 이렇게 급하게 꼭 나와야 되느냐. 그래서 함께, 우리 같이 하는데 후보는 내가 하겠다' 뭐 이런 식으로 제안을 많이 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유승민 후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가 어리다는 말인데 본인이 이제 무슨 얘기를 했냐면 '나이가 어리다는 게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최대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스포츠, 탁구를 시작한 지가 뭐 한 35년 이상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스포츠 나이로 보면 굉장히 나이가 많다. 어떻게 보면 최고령이다' 이런 말을 했어요. 유승민 후보가 생각한 거는 여론조사를 한번 해보자는 거예요. 여론조사를 제안했습니다마는 여론조사라는 게 그 물리적인 시간이 굉장히 부족하거든요.

결국 단일화라는 게 뭐겠습니까? 본인이 양보를 해야 되는데요, 본인이 양보하겠다는 사람은 사실상 없는 거죠. 그래서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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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직원들의 반응은 비교적 밝았습니다. 왜 그러냐면, 이기흥 회장이 만약에 또 된다 하면 이건 문체부와의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겁니다. 문체부는 분명히 뭐라고 그랬습니까? 승인하지 않겠다, 직무 정지 계속 유지하겠다, 이런 태도였지 않습니까? 이렇게 되면 이기흥 회장은 또 법적 소송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법적 소송을 하면 1심, 2심, 대법원까지 대략 한 2, 3년 걸린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이기흥 회장이 되면 직무 정지할 것이고 직무 정지가 되면 새 집행부 꾸리기도 어렵고. 직무대행 체제 가지고는 정상적으로 무슨 행정과 정책을 펼치기가 어려워요. 그냥 현상 유지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체육회 직원들도 인사가 되기가 어렵고 동요가 이제 벌어지는 거죠.

더 우려한 거는 체육회 직원들이 지난 몇 달간 정말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수사 의뢰됐고 실제 수사도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요. 정부의 미운 털이 박힌 이기흥 회장이 또 당선이 됐을 경우 조사와 이 압박이 6개월이 갈지, 1년이 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체육회 직원으로서는 정말 한숨 돌린, 안도의 한숨을 지금 쉬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유승민 신임 회장, IOC 위원직 도전 가능성?

유승민 신임 회장이 선수위원 할 때도 열심히 했지만 본인이 IOC 위원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IOC 위원을 꼭 한번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거든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대한올림픽위원장이기 때문에 일단 자격을 갖췄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게 추천이 돼가지고 IOC에서 심사를 해서 받아들여지면, 이게 이제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1차적인 자격은 갖춘 셈입니다.
 
유승민ㅣ신임 대한체육회장 (지난 14일)
(IOC 위원직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IOC 선거가 내년 3월에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회의실에서 기념 촬영하는 유인촌 장관과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대한체육회 향후 과제는?

지금 우리나라 대한체육회, 그다음에 한국 스포츠의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가장 시급한 게 재정 문제예요. 매년 대한체육회가 정부로부터 한 4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받다 보니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이기흥 회장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그동안 문체부하고 각을 세웠던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이기흥 회장이 생각하기로는 문체부가 지나치게 간섭을 한다. 그런데 문체부 입장에서는 또 달라요. '아니, 국민의 세금을 4천억 원 이상 지원받는데 어떻게 관리 감독을 안 하느냐.' 서로 의견이 상충되는 거죠.

(영상은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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