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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극서도 엘니뇨 발생…"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취재파일] 북극서도 엘니뇨 발생…"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1월 들어 몇 차례 한파가 있었지만 올 겨울은 비교적 평온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의 지난달 겨울철 장기 전망*에서도 올 겨울 기온은 평년과 같거나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겨울철 기온에 대한 원인은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 온도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꼽을 수 있다. 아직 올겨울 기온을 더 지켜봐야 하고 기후 변화와 어떤 개연성이 있는지 사후 분석이 필요한 시기지만,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철 기온에 온난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850~1900년 평균보다 1.55℃(±0.13°C) 높았다고 밝혔다. 과거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이상 높은 최초의 연도인 것이다. 물론 2024년 한 해가 산업화 대비 1.5℃를 넘어섰다고 해서 파리협정 등의 장기 목표가 깨졌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 연도로 1.5℃ 선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 기후가 인류가 세운 마지노선에 가까이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기상기구가 유럽중기예보청, 미 해양대기청, 영국 기상청 등 6개 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은 산업화 이후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로 기록. 1.55℃도 상승

*장기 전망 : 장기 전망은 확률 예보로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같거나 높을 확률을 80%로 전망함.

위기에 빠진 극 지역


극 지역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에 비해 통상 4배 정도 빠르다. 극 지역이 온난화에 더 취약한 이유는 극 지역을 덮고 있는 눈과 얼음 때문이다. 하얀 눈과 얼음은 알베도**가 높아 들어오는 햇빛의 대부분을 반사시킨다. 스키장이나 썰매장에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글을 착용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반면 눈과 얼음이 녹아 생기는 물은 비교적 알베도가 낮아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즉, 지구 온난화로 극 지역을 뒤덮고 있던 눈과 해빙 등이 사라지며 극 지역을 보호하던 반사 효과가 사라지고 흡수는 전보다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작년 극 지역의 해빙 면적을 살펴보면 남극은 역대 두 번째로 적은 면적을 보였고, 북극도 7번째로 적은 면적을 보였다. 북극의 해빙 면적은 9월을 기준으로 측정하게 되는데, 지난 1974년부터 지금까지의 해빙 면적을 보면 10년마다 12.1%씩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변화 속도보다 극 지역은 훨씬 더 빠르게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북극 해빙 면적 감소 (출처 : 미 국립 빙설자료)

**알베도 : 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반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 반사율(%)

북극에서 엘니뇨가?


기후 변화 속도가 빠른 극 지역에서 앞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세대학교 안순일 교수 연구팀이 북극에서 나타날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연세대학교 비가역적기후센터 연구팀은 앞으로 2030년쯤부터는 북극에서도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엘니뇨·라니냐 같은 진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엘니뇨·라니냐는 주기를 갖고 온도가 평균 이상으로 변하는 기후 현상이다. 미 해양대기청은 열대 중동 태평양의 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엘니뇨로 정의하고 있다.
북극해의 해수 온도를 나타내는 그래프. 왼쪽의 y축이 북극해의 평년 해수온도 값, 값이 높아질수록 평년보다 해수온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 그래프를 보면 2030년쯤부터는 해수온도가 +/- 0.5℃ 이상씩 널뛰기하며 진동 현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음

연구를 진행한 연세대학교 김승기 박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면서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놀랐다"고 연구 결과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김 박사는 연구의 신뢰도를 위해 현존하는 기후모델 50~60개를 이용해 100여 개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봤는데,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해외 연구진은 북극 엘니뇨 현상을 'Artic Nino'라고 정의했다. 북극에서도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란 ㅇ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전혀 알지 못하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한데 의의가 있다. 또 미래 기후는 이번 연구 결과처럼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현상들이 더욱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 북극에서 발생할 이 기후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알지 못한다. 연구진은 북극 기후 진동이 다른 지역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확한 영향을 아직 알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 현상이 미래 기후 변동성을 높이고 극한의 기후현상 가져올 가능성이 높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참고문헌>
Soong-Ki Kim & Soon-Il An, "Emergence of a climate oscillation in the Arctic Ocean due to global warming", nature climate change(2024), vol.14, 1268–1274 doi.org/10.1038/s41558-024-02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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