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5시 15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자유로 구산IC 파주 방향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44대 연쇄 추돌 사고로 트럭과 버스, 승용차 등이 뒤엉켜 있다.
흔히 '블랙아이스'로 불리는 도로 살얼음은 한파 때뿐 아니라 '적당히 추울 때'도 많이 발생합니다.
오늘(14일) 경기 고양시 자유로에서 44중 추돌사고 등 도로 살얼음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도로 살얼음은 도로 위에 얇은 막처럼 형성되는 얼음을 말합니다.
도로 위 얼음은 매연과 먼지가 함께 섞여 있어 투명하지 않고 검습니다.
이에 운전자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대처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처럼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도로 위 암살자'라고도 불립니다.
빙판길은 강추위가 닥쳤을 때나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로에 살얼음이 끼는 원리를 생각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비나 눈이 내리거나 기존에 내려 쌓인 눈이 녹으면서 아스팔트 틈 사이로 스며든 물이 지표면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을 때 얼면 도로 살얼음이 됩니다.
즉 기온이 영상이었다가 밤이나 새벽에 영하로 떨어지는 때 도로 살얼음이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개가 도로 면에 달라붙어 얼어도 살얼음이 됩니다.
그런데 겨울철엔 '쌓인 눈이 녹는 지역'에서 안개가 자주 발생합니다.
원래 겨울은 건조해 안개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찬 바람이 쌩쌩 불 때가 많은 점도 안개가 적은 이유입니다.
다만 쌓인 눈이 녹으며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면 안개가 낄 수 있습니다.
도로 살얼음이 발생하는 다른 원인은 '어는 비'입니다.
어는 비는 '액체인 비가 차가운 지면이나 물체에 닿아 급속히 얼면서 살얼음을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어는 비는 대기 중·상층에서 만들어진 눈이 기온이 영상인 대기 하층을 지나면서 비로 바뀌었을 때 나타납니다.
결국 대기 하층 대부분은 기온이 영상인데 지표면 부근 일부만 영하일 때 강수가 있으면 어는 비 현상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하면 따뜻한 공기가 어는 점 이하 기온을 가진 얇은 찬 공기 위를 올라탈 때 어는 비가 내립니다.
대기 하층도 영하일 땐 빗방울이 영하에도 빙정이 되지 못한 상태인 '과냉각수적'일 때 어는 비가 내립니다.
같은 영하더라도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구름 속 과냉각수적 빗방울이 많아진다는 점에서 어는 비는 한파 때보다는 추위가 다소 풀렸을 때 자주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도로 살얼음은 노면 온도가 대체로 지상 도로보다 낮은 교량,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터널 출입구 등 응달에 많이 발생합니다.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도 살얼음이 낄 가능성이 높은데, 물에 염분이 섞이면 증발이 느려져 도로가 계속 축축하게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지형적으로는 해안보다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가 더 위험합니다.
분지는 밤사이 지면 냉각이 잘 이뤄져 어는 비가 내릴 가능성이 커서입니다.
도로 살얼음에 의한 사고는 다른 사고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도로 결빙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4천609건이며 사상자는 7천835명에 달합니다.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2.3명으로 도로가 얼지 않았을 때 사고의 치사율(100건당 1.5명)보다 높았습니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이 2015∼2019년 교통사고를 분석해보니 블랙아이스(서리·결빙) 교통사고 사망자(170명)가 적설로 인한 사고 사망자(46명)보다 3.7배 많았으며 사망자 수를 사고 수로 나눈 치사율도 블랙아이스 사고(3.3%)가 적설(1.6%)보다 높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