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이 있단 대법원 판단이 나왔지만, 그 후에도 정부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정부가 최근 그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구제기금에 정부 재정을 출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가습기에 전용 살균제를 넣었다가, 채 첫돌이 되기도 전에 숨진 예안이.
같은 처지의 부모들이 낸 국가 상대 소송에서 대법원은 소송 10년 만인 지난해 6월, 유해 물질 검사 불충분 등의 이유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정부는 책임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경부 올해 업무 계획에 가습기살균제 대책이 포함됐습니다.
[손옥주/환경부 기조실장 :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도개선안을 도출해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습니다.]
전체 13쪽 자료 중에 달랑 한 문장이 들어가 있는데, 환경부는 가습기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 인정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피해자 치료비 등에 쓰이는 피해구제기금에 정부 재정을 출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옥시와 SK케미칼 등 8개 기업이 낸 분담금 1천250억 원이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정부 몫을 추가하기 위해 출연금 산정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이 지난주 시작됐습니다.
석면 피해 기금 같은 사례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몫이 30%인 점을 참고하고 있다고 환경부는 덧붙였습니다.
[최예용/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 환경부와 산자부, 그리고 공정위 등 각 부처별로 책임을 규명해야 하고요. 이에 따른 사과 그리고 추가적인 기금 출연 등이 필요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국가 책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또 3년 전 합의안 마련까지 이뤄졌다 끝내 무산된 민간 사회적 조정위원회를 환경부가 참여해 재가동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박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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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정부 책임 인정' 슬그머니 발표?
[장세만 기자 : 이번에는 슬그머니 발표하는 모양새가 되게 됐지만, 다음에 법적 책임 인정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자리가 있을 거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특히 그 자리에서는요. 법적 책임을 바탕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 측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을 예정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정부 출연금 산정 작업을 마친 뒤에 올해 상반기 안에 이런 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Q. '정부 책임 인정', 조정위 타결에 물꼬?
[장세만 기자 : 현재 8천 명에 가까운 피해자 구제를 개별 소송에 맡겨둬서는 전체 해결까지 하세월이 걸리는 만큼 집단적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방식이 유력한 해법인데요. 특히 이번 정부 책임 인정이 조정위 합의에 물꼬를 틀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재 지금 기업들의 가장 큰 요구는요. 조정위원회 합의가 이루어지면 향후에 추가로 발생하는 질환과 추가 피해자에 대해서 기업들의 책임을 면책해달라는 종국성 요구인데, 피해자들로서는 폐암처럼 10여 년 잠복기를 거친 뒤에 추가로 나타나는 병도 있는데 어떻게 추가 질환 책임을 면하게 해줄 수 있느냐, 이런 반발인 거죠. 그래서 가장 좋은 해법은 이렇게 추가 환자나 추가 질환의 구제를 국가가 맡아주면 좋은데 그동안은 정부의 법적 책임이 규명되지 않아서 정부가 나설 근거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번에 정부 책임 공식화에 따라서 부담 책임을 기업과 정부가 나눠서 질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고요, 또 조정위의 한 축으로 환경부가 직접 참여하게 되면 3년 전에 비해서 진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