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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 같지만 현실 속 부부…이혼을 원하는 각기 다른 이유 [스프]

[취향저격] 불행한 현재는 누구의 잘못인가?…불통의 결과와 냉혹한 현실, 그리고 타협 (글 :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이화정 취향저격 썸네일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연예인이 이혼을 하면 방송에서 퇴출될 만큼 이혼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탤런트 황정음은 이혼의 원인이 됐던 배우자의 외도를 개그 소재로 활용하면서 거리낌 없이 이혼 사실을 노출시킨다. 이혼을 비정상으로 보고 이혼한 사람을 실패자로 바라봤던 시선은 많이 달라졌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혼의 선택을 최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참고 결혼을 유지하는 부부를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묵과된다.

이혼한 커플을 함께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은 사회가 만든 장벽을 깨뜨린다는 의미에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종영된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우리 이혼했어요>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방송 출연에 동의해, 서로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왜 이혼까지 이르게 됐는지 서로 성찰해 보게 하고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타진해 보는 방향으로 나갔다. 하지만 서로 상대에게 바라는 바가 다르다는 사실과 한계를 확인하는 결과로 끝남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시청자는 그냥 연예인의 불화와 동상이몽을 지켜보는 관음증적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방영 중인 JTBC의 <이혼숙려캠프>는 4회의 파일럿 프로그램 후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단점들을 보완해, 더 안정적이고 정리된 느낌을 준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며, 이혼을 원하는 커플의 파탄적인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커플들로 구성해 사건번호까지 노출시키면서 현실감을 높이고 시청자를 이혼 법정의 방청객 입장에 있도록 의도했다.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화해의 가능성도 있는 부부들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부부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한 느낌을 준다.

이화정 취향저격
부부의 일상을 담은 녹화 장면은 막장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 측에서 각각 준비한 VCR은 같은 상황에서도 초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불통과 일방적인 사고방식의 강요가 출연 부부들의 공통적인 문제지만, 이 프로그램의 패널들은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관계가 된 이유를 부부별로 진단하고 분석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심리상담과 역할극을 통해 서로 통찰의 기회를 갖고 눈물을 흘리며 감정의 문을 열었던 부부들도 재산분할 문제가 나오자, 다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이혼 의사가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구속하는 배우자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찾을 거라는 희망으로 이혼을 원했던 부부는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양육비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대면하면서 긴장한다. 이혼이란 단순히 감정적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개는 출연한 부부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달라진 태도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 동의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혼숙려캠프>의 모티브는 10년 전에 종영한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에 판사 역할을 맡은 탤런트 신구와 조정위원들이 등장해, 부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혼 숙려 기간을 주겠다는 선언으로 끝나는 것도 비슷하다. 부부 간의 갈등과 파탄을 주제로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막장드라마로 인식되고 있지만 드라마의 소재를 실제로 이혼한 부부들의 케이스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과장돼 보이지만 막장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과 전쟁>은 고부 간의 갈등과 불륜에 초점을 맞춰 흥미를 끌었으며 단순하게 한쪽을 가해자로 다른 쪽을 피해자로 명확하게 양분해 자극을 극대화시켜 시청률을 높였다. <사랑과 전쟁>은 1999년에 시작해 2014년까지 장수한 드라마지만 현시대의 시각과는 맞지 않다. <이혼숙려캠프>는 부부를 둘러싼 주변 상황보다는 두 사람의 기질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납득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행동들의 밑에 깔린 심리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추적해 내서 공감을 끌어내 소통의 문을 열게 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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