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통제' 곧 고삐 풀린다…트럼프는 '핵 폭주' 막을 수 있을까 [스프]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핵 비확산 기조에 역행하는 '가진 자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경고를 실제 핵 교리 개정으로 현실화했습니다.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는 비핵보유국에도 핵을 쓸 수 있도록,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한 겁니다.
 
핵무기를 줄여야 한다는 '핵 비확산' 기조에 역행하는 건, 러시아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저희가 전해드렸듯이, 미국, 중국과 북한도 핵무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원래 미국과 러시아는 매년 정해진 시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전략 핵탄두 수 등을 대중에 공개해 왔는데, 현재 이들 국가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특히 오는 2026년 2월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고,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 이 두 정상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2026년 2월이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그때가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 감축 협정'(New START)이 종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협정은 1991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줄이자며 합의했던 전략무기 감축 협정(START)에 이어서, 2010년에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으로 체결됐던 협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을 기준으로 7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의 수를 700개로 제한하고, 이런 운반체에 실리는 핵탄두 수도 1,550개 이하로 줄이자는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서로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서,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자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 협정은 이미 지난 2021년에 한 차례 5년 연장이 됐기 때문에 2026년 2월에 시한이 만료되면 추가로 재연장이 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군축 협정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즉, 시한 만료 이후에 아무런 다른 협정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핵 확산을 통제할 조약이 없는, 새로운 핵 질서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 두 정상이 일종의 정치적 합의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물론,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별도의 정치적 합의로 이러한 협정의 취지를 연장한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중국이 핵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중국의 핵 개발을 저지하거나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도 검토해야 합니다.
 
중국이 과거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무기 보유 규모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군비 통제의 대상에서 제외돼 왔는데, 지금은 그 어느 나라보다 핵무력 증강 속도가 빠릅니다.
   중국뿐 아니라 북한도 핵무력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핵보유국은 물론이고, 비핵국가 정상들도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기후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상들과 고위급 인사들이 한데 모이는 것처럼, 핵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핵 군축 정상회의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많은 핵 비확산 전문가들은 주요 핵보유국들의 움직임만큼이나, 비핵국가들의 핵 보유 시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고 또 우려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