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렇다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을까요?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정구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우리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다는 식으로 구체적 규정을 따로 두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다는 원론적 조항만 있는 겁니다.
학계에서는 권한대행의 권한은 '현상 유지'에 국한된다고 보는 게 다수설입니다.
[임지봉/헌법학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소극적인 권한 행사를 현상유지적 권한 행사라고 보는 겁니다.]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 행사는 딱 한 번의 선례가 있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돼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고건 당시 총리.
거창 양민 학살 사건의 보상 특별법안은 '국가 재정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또 사면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겁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땐 총리실 산하의 국무조정실장이었습니다.
[한덕수/2004년 3월, 당시 국무조정실장 :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법무부장관이 설명한 바와 같이 법리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으며 모든 국무위원들도 이에 동의하여 재의요구를 의결하였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13일), 쌀 의무매입제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과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를 담은 국회법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6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건의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도 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자신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면,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기헌/민주당 의원 : 권한대행이 되신다면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하실 수 있어요?]
[한덕수/권한대행 (어제, 국회 임시 본회의) : 그 점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를 하겠습니다.]
내란과 김 여사 특검법에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 권한대행 본인이 내란 혐의의 피의자 신분인 상태에서 국민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검토하는 점도 변수입니다.
[윤태곤/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한덕수 권한대행의 자리, 만약에 탄핵이라든지 이런 조치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그 선(거부권 행사)을 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한 권한대행 다음 순서인 최상목 경제부총리로 권한대행이 넘어갈 수도 있는데, 최 부총리는 이미 지난달 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적이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춘배, 디자인 : 임찬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