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그 후 달라진 서울의 풍경은?
13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12월 3일 비상계엄의 그날을 조명했다.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냐,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이냐"라며 끝까지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이야기는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충격의 시작은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며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곧이어 국회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하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막는 포고령 1호가 발표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비상계엄 소식에 군복무 중인 아들 떠올린 노민호 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해 "일단 네가 다치면 안 돼. 그리고 민간인을 공격하거나 살상하는 행위 절대 하면 안 돼"라며 다치지도 다치게 하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노민호 씨는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배운 거에 따르면 계엄은 사람들을 많이 죽였기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전화를 한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같은 시각 여야 의원들은 급히 국회로 모였다. 체포될 각오까지 하고 담은 넘어 전력 질주를 한 국회의원들. 국회는 새벽 1시경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새벽 4시 22분 계엄을 해제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충격적인 진실이 연이어 드러났다. 국회를 봉쇄하고 여야당 대표를 체포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그리고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수사가 필요한지 판단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7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의 날, 국회 앞 여의도 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국민들로 가득 찼다.
윤석열 찬핵 소추한 표결에 앞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부결되었고 드디어 윤석열 탄핵 소추안 표결 시작. 그런데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은 투표하라며 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탄핵소추안은 투표조차 성립되지 않았다.
군통수권자 자리를 지킨 윤석열 대통령, 이에 국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했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105명의 국회의원들. 이들은 왜 표결에 불참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뜰뿐이었다. 그리고 오는 14일 투표에 참여할 거냐는 물음에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대부분 여당 의원들의 입장은 같았다. 당론을 따르겠다는 것. 이에 한 의원은 "국민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서 저희가 욕을 먹더라도 책임 있는 길을 토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탄핵 불성립된 날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는 한덕수 총리와 공동 담화를 열어 "질서 있는 대통령 조기 퇴진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께 미칠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 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대해 우려했다. 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앞장서서 정국을 이끄는 가운데 결재는 대통령이 하는 이 행태 자체가 무질서라는 것.
탄핵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들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눈치 게임하고 있는 것도 있고 집단 심리 때문에 그러는 것도 있는 것 같다. 108명 모두가 반대할 것이라고 자신하면 자유투표를 하고 투표장에 들어가서 반대표를 던지라고 할 텐데 못 믿는 거다 서로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힘 김상욱 의원은 "우리 여당에 책임이 있고 우리가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옳고 그름이 분명한 일이기 때문에 옳음을 택하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자신이 표결에 참여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상욱 의원과 함께 표결에 참여했던 김예지 의원. 그는 장애인을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꼭 투표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엄령 선포 시 수화 통역도 없었고 재난문자도 오지 않아 장애인들은 계엄령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
이에 김예지 의원은 "다 본인들이 성인이고 본인들이 대변해야 할 분들이 있다. 다들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12월 3일 계엄령 사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대국민 담화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에 전문가는 "보수의 결집을 이뤄내서 본인의 정당성 확보를 또 한 축에선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 사이에 갈등을 부추긴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한 내란죄는 국가를 죽이는 죄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한 일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2차 탄핵소추안 발의했고 이에 여당의 고민은 깊어져가고 있다. 앞서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던 한동훈 대표는 탄핵에 대해 공개 찬성하며 입장을 바꿨다.
12.12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김귀삼 씨는 "평생 광주 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을 통해서 트라우마를 겪었는데 또 후배들이 반복해서 트라우마를 겪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겠나 굉장히 불안했다. 후배들은 그런 경험을 안 했으면 좋겠다"라며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부당함을 외쳤던 걸 보면 많이들 깨어났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비전이 있는 것 같다"라며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안도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국회 앞에는 서로를 위해 커피와 감기약, 식사, 핫팩 등을 미리 결제하거나 무료로 나눠주는 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 촛불이 아닌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스스로 끄지 않는 이상 꺼지지 않는 불빛을 든 국민들. 촛불대신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거리를 가득 메운 광경은 아직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록 희미할지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우리의 빛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한 전문가는 "대통령을 누구로 뽑을 거냐 이 질문만으로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없다. 뽑힌 사람을 어떻게 하겠냐가 문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 부분을 돌아봐야 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제대로 모시는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윤석열. 그리고 1000일이 지난 12월 3일,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을까.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