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이후 탄핵안 발의와 투표까지 숨 가쁘게 지나갔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인데 경고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세계적으로 투자 심리에 영향이 큰 주요 기관 중의 하나인 미국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시아 금리·외환 전략 담당자가 투자자들에게 주말 사이에 내놓은 얘기입니다.
안 그래도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정치적인 불안까지 겹쳐졌다는 거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이렇게 굳어지면요, 해외 자본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정부나 통화 당국이 유동성을, 돈을 쏟아부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8일 경제 관계 장관들이 무엇보다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얘기를 브리핑 제일 앞머리에 꺼낸 것도 바로 그래서입니다.
지난주에 우리 돈 원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해서 1.86% 더 떨어지면서, 주요국 중에서 가장 평가 절하된 폭이 컸습니다. 증시에서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36%, 3개 중 한 개 이상 꼴로 장중에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요.
그나마 이게, 계엄이 지난 수요일 새벽에 국회를 거쳐서 바로 저지되면서 한국의 제도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고요. 또 금융·통화 당국이 금융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바로 대응해서 이 정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외국인들이 계엄 사태 이후 사흘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1조 원 넘게 팔아치웠는데요. 그중 70%가 금융주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전문위원은 "대외에서 상당히 우려의 시각이 강한 것 같다"면서 "정부가 당장 시장 개입 등을 통해서 외환의 급등 가능성을 제어할 필요가 있고, 유동성 우려 같은 것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추가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걸음 더
2000년대 이후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 몇 달에 걸쳐서 탄핵 정국이 이어졌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탄핵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왔던 10월 말부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진 2017년 3월 중순까지 코스피지수가 오히려 3.25% 상승했습니다. 탄핵이 확정된 후에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2017년 5월 9일까지도 추가로 9.3% 더 올랐고요.
그때는 탄핵 논의가 급진전되기 전에 이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다가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면이 있었고요. 2017년부터는 세계 경기가 호전되면서,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나오고 우리 수출 성장세가 활발했던 점도 컸습니다.
반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엔 탄핵안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2004년 2월 24일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 청구를 기각한 5월 14일까지 코스피지수가 11.11% 하락했고요. 이후 국정이 정상을 되찾던 3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에도 코스피는 추가로 4.3%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2004년 7월 31일까지.)
이때는 중국이 대대적인 긴축 정책을 펴면서 이른바 '차이나 쇼크'가 닥쳤던 때라서 세계 증시가 폭락하던 중이었고, 우리도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문제는 지금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이란 겁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기가 부진해서 수출 중심의 제조업 경제인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내년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더 강해질 경우에 세계 교역이 더욱 위축될 수 있습니다. 경제 정책이 적극적으로 나와도 모자랄 때인데, 정치적 혼란이 더해졌다는 불안이 큽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