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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2만 원' 빈곤 떨쳐내고…글로벌 1위 업체 품은 도시로 우뚝 [스프]

[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사 이름 속에 숨겨진 백차(白茶)의 고장 : 푸젠성 닝더(寧德)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중국본색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 리(萬里)'였다. 만 리 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계의 성장세가 여전히 거세다. 이런 흐름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업체인 CATL이 주도하고 있다. 며칠 전 발표된 관련 업계의 보고서에 따르면, CATL은 금년 1~3분기에 전년 대비 26.5% 성장하여,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36.7%를 차지하면서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2위 업체인 중국 BYD도 28% 성장하며 글로벌 점유율 16.4%를 기록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우리 배터리 3사는 선전했음에도 중국 업체들에 못 미치는 합계 점유율 20.8%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내수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 배터리 3사 점유율은 절반 가까운 46%에 달했으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LFP 양산, 신흥국 시장 선점 등 우리 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중국 업체들의 향후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중국 국내 전기차 시장의 과도한 경쟁과 포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및 신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관계 및 산업정책 전환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럼 CATL은 어떤 업체이기에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을까? CATL의 영어 명칭은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imited'이다. 단어 중 암페렉스(Amperex)는 전기 용어인 암페어(Ampere)와 탁월하다는 의미의 엑셀런스(excellence)의 합성어라고 한다. CATL은 주로 해외에서 사용하는 명칭으로, 중국 내에서는 CATL이라는 영어명 대신 중국명인 '닝더 스다이(寧德時代)'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우리식 한자어 발음으로 읽으면 '영덕 시대'로, 중국어 전체 명칭은 '닝더 스다이 신에너지 과학기술 유한공사(寧德時代新能源科技有限公司)'이다.

앞의 '닝더(寧德)'는 다름 아닌 이 회사가 설립된 지역의 명칭으로, 중국 남부의 타이완과 마주한 푸젠성의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인구 3백만 명 규모의 도시를 가리킨다. '닝더 스다이(CATL)'는 닝더 출신 이학박사이자 사업가인 쩡위췬(曾毓群)에 의해 2011년 설립되었다.
닝더시와 CATL쩡위친은 1968년 닝더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부모가 아들이 커서 대학에 입학하기만을 염원했다고 한다. 쩡위친은 학업에 정진하여 지역 내에서 가장 좋은 '닝더 제1 중고등학교(寧德一中)'에 입학하였고, 전교 1등으로 상하이 교통대학(上海交通大學)의 선박공정학과 입학에 성공한다. 그 후 화난이공대학(華南理工大學)에서 응용물리학 석사, 중국과학원(中國科學院)에서 배터리 연구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석박사 학위에 앞서 대학 졸업 직후, 쩡위췬은 고향 푸젠의 한 국영기업에 배치받았으나 오래 있지 못했고, 1989년 광둥 동관(東莞)에 있는 일본 TDK 계열 전기회사에 입사해 10년을 근무한 후 리튬 배터리 회사인 ATL(Amperex Technology, 新能源科技)을 홍콩에 공동 설립하여 성공을 거둔다. 이어 2011년에는 ATL의 성과를 발판으로 본인의 고향인 푸젠 닝더에 CATL을 창립하게 된다.

창립 직후 독일 BMW와 협업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위통(宇通), 창안(長安) 등 자동차 제조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2017년 쩡위췬은 회장(董事長)직을 맡게 되었고, 삼원계 배터리 기술 노선으로 방향을 잡은 CATL은 LFP계통의 경쟁사 BYD와 차별화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배터리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2022년에는 미국 포드(Ford), 테슬라(Tesla), 독일 벤츠(Benz) 등 정상급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업계 영향력을 확장했다.

쩡위췬 회장은 평소 조용한 경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얼마 전인 11월 7일 닝더에서 개최된 '세계 배터리 포럼(世界蓄能大會)'에 참석하여 "배터리 업계가 혼란스러워서는 안된다. 늦어서도 안된다. 빠른 속도로 빠르게 기술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쩡 회장은 현재 중국 상공연합회(工商聯) 부회장(副主席) 이자 상하이 교통대학 미래기술대학(溥淵未來技術學院) 명예원장 직도 겸임하고 있으며, 2024년 1,676억 위안(한화 약 32조 원)의 재산으로 중국 일곱 번째 갑부 순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CATL이 있는 닝더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닝더시는 푸젠 동북부 지역에 위치하여 산지와 구릉이 유난히 많다. 이곳은 옛날 민월족(閩越族)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근현대에는 공산당 혁명의 근거지 중 하나이기도 했으며, 1999년이 되어서야 시(市)로 승격되었다. 역사 이래로 위치가 편벽하고, 지세가 험난하니 거주민들의 생활이 곤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닝더는 중국 정부의 '빈곤 탈피(脫貧) 정책'의 주 대상이었다. '중국 빈곤 지원 대상 1호 지역(中國扶貧第一村)'이라고 불리는 츠시촌(赤溪村)이 닝더에 있었으며, 1984년 이 지역 1인당 연간 소득은 불과 2백 위안(당시 환율로 한화 약 2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의 닝더시는 CATL 등 제조업체 외에 차(茶) 생산과 어업 등 산업 발전에 힘입어 푸젠성 내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지역이 되었다.
닝더 닝더 풍광
닝더(寧德)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시 주석은 푸젠 샤먼(廈門)시 부시장을 거쳐 1988년 6월 닝더의 당서기로 부임하여, 이후 푸저우(福州)시 당서기로 영전하기까지 약 2년 가까이를 닝더에서 근무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인근 샤먼시나 푸저우시에 비해 닝더는 당시 시(市)도 아니었고 가장 큰 임무는 주민들의 빈곤 상황 극복과 산업기반의 조성이었다. 이 기간의 기층 근무 경험과 성과는 그가 약 10년 후 닝더, 샤먼, 푸저우를 총괄하는 푸젠성 성장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었다. 중앙당교(中央黨校)에서는 이를 <닝더에서의 시진핑(習近平在寧德)>이라는 단행본으로 별도 발간하며 당원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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