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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자'라더니 정부는 희망고문…"제가 죽으면 우리 아이 누가 돌볼까요" [스프]

[더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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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1953년생 서점근 씨는 오전 9시 집을 나선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인 장애인 사회재활센터에 아들을 데려다주기 위해서다. 아들 동희 씨는 자폐성 발달장애인이다. 그 가운데서도 장애 정도가 매우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해당한다. 주변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고, 자신의 몸을 해치는, 이른바 '도전적 행동'을 하는 특성이 있다.

아들을 센터에 맡기고 서 씨가 향하는 곳은 가전기기 수리 매장. 전날 잠시 한눈판 사이 아들이 밥솥을 던져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되면 센터 돌봄이 끝나는 시간이 된다. 서 씨의 낡은 트럭은 운전석 말고는 어떠한 문도, 창문도 안에서 열 수 없게 개조돼 있다. 몇 해 전 달리는 창문 밖으로 아들이 물건을 던졌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한 적도 많다. 차 안에서 서 씨는 고성을 지르는 아들을 어르고 달래며 다시 1시간을 운전해 집에 도착한다.

이때부턴 다시 서 씨와 아들, 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서 씨와 아들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당 한쪽에 합판을 덧대 만든 가건물로 들어간다. 서 씨와 아들이 지내는 방이다. 창문엔 창살이 쳐져 있고, 바닥엔 아들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생긴 자국과 혈흔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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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의 아들은 37살. 180cm, 90kg에 가까운 건장한 체구를 가졌다. 서 씨는 집에서 아들을 목욕시키고, 대변보는 일을 돕는다. 이틀 전엔 욕조에서 놀던 아들이 비누를 입에 넣었다. 양치를 7번이나 한 탓에 아들의 잇몸은 헐어 있다. 서 씨의 화장실에선 이제 머리 위 서랍을 열어야 비누를 꺼낼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동희 씨처럼 도전적 행동을 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우리나라에 4,800명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과 그 가족들의 삶은 직접 듣지 않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Q. 언제부터 아들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나요?

A. 2살 때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40분 정도 아이가 졸도 상태였어요. 그 뒤에 한 달쯤 있다가 여름인데 감기처럼 열이 나더라고요. 그전에는 뭐 '잼잼', '도리도리', '안녕' 이런 거 다 했거든? 근데 열이 많이 나고 난 뒤에 아이가 눈동자를 안 맞춰. 자기만의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뚜렷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는데, 조금 크니까 자폐성 발달장애라고 하더라고요. 그다음엔 저렇게 말도 못 하고, 자기 생각대로 무엇이든지 행동을 하죠.

Q. 아들을 어떻게 보살펴왔나요?

A. 어렸을 땐 쭉 집에서 돌봐왔어요. 장애 아동들이 다니는 돌봄 시설에 맡겨 본 적도 있죠. 하지만 가면 다른 아이들, 선생님들과 문제가 생기니 한 달을 못 버티고 나와야 했죠.

그러다 20살이 되던 해, 제가 잠시 집을 비웠는데 경찰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들이 하도 물건을 던지니 아내가 못하게 막았는데, 그때부턴 아내에게 그런 행동을 하기 시작한 거죠. 아내는 휴대전화도 못 들고 다용도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대요. 아무리 전화해도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딸이 경찰에 신고했었죠.

경찰에서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병원에서도 아들이 밤마다 고성을 지르는 탓에 도저히 돌볼 수가 없다고 했어요. 하루는 새벽에 전화가 와서 아들 데리고 가라고 했어요. 동희를 데리고 무너져가는 허름한 여관에 들어갔어요. 불도 안 켜고 컴컴한 방안에서 아들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어요. 그 뒤로 병원을 몇 곳을 돌아다녔는지 몰라. 10곳 넘으려나?

그러다 어느 날 아들에게 장폐색이 왔어요. 병원에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약을 너무 많이 먹였던 거죠. 그때부터 동희는 다시 집으로 왔어요. 5년 전쯤부턴 대구 시내에 주간 재활센터가 생겼어요. 감사하게도 그 시설에선 동희를 받아줘서 숨 돌릴 틈을 얻었어요.

Q. 아들을 돌보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A. 항상 불안한 상태로 긴장해 있는 게 너무 피곤해요. 1시간은 고사하고 내가 혼자서 화장실을 못 간다니까요. 아들을 데리고 손을 붙잡고 있으면서 내가 볼일을 봐야 해요. 아이는 고집이 세고, 나는 힘이 약하고. 비 오는 날, 아들이 문을 열고 나가 찻길을 뛰어다니면 내가 막을 방법이 없어요.

주말이나 공휴일엔 아이가 갈 수 있는 시설이 없어요, 그럴 땐 쉬는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작은 소원이 하나 있다면, 죽기 전에 하루라도 잠을 실컷 마음대로 자봤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내 나이가 70인데, 요즘엔 '이거 내가 몇 년이나 더 할 수 있겠나' 생각해요. 내 체력이 언제까지 저놈을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누가 우리 동희 같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겠나 싶어서 걱정이고. 단 하루라도 나보다 저놈이 먼저 죽어야 내가 마음 편하게 죽을 수 있지 않나 그런 걱정을 합니다.
 

'희망고문'에 지쳐가는 사람들

올 초 서 씨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1대1 돌봄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장애 정도가 심한 340명에겐 주중 '24시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 씨는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이용 신청서를 냈고, 지난 6월 아들이 24시간 서비스의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입소를 약속한 8월이 지나도 서 씨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결국 11월이 지난 지금도 아들의 입소 예정일은 잡히지 않았다. 서 씨는 기대가 컸던 만큼 좌절도 크다.

정부로부터 선정 통보를 받은 340명 가운데 현재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44명에 그친다. 그마저도 지난해 시범 사업을 시행한 광주가 1/3에 가까운 15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경기, 인천, 부산, 대구 등 7개 광역시도 지자체에선 아직 이용자가 1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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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족이다. 24시간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선 야간 주거 시설에서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지원자가 거의 없다. 동희 씨가 입소할 예정인 대구 동구 24시간 통합돌봄센터도 지금까지 3차 채용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난이도는 물론, 위험도도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수당'을 도입했다. 하지만 운영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이 수당은 월 5만 원 수준에 그치는 걸로 알려졌다. 야간 근무자가 받는 월급은 수당을 합쳐도 260만 원 수준이다.

야간 주거 공간 자체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이용자 한 명당 1개의 방을 제공할 것을 원칙으로 했다, 4명을 돌보는 주거 시설의 경우 방 개수가 최소 4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요즘, 방 4개 딸린 집을 구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수도권 지역에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운영자들은 이런 불가능에 가깝다고 얘기한다. 이들은 정부가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세워 민간에 맡긴 뒤엔 손 놓고 있다며 한탄한다.

김지욱 더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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