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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사업 투자하라"…현직 형사에 전화했다 딱 걸린 사기조직

"코인사업 투자하라"…현직 형사에 전화했다 딱 걸린 사기조직
▲ 지난 5월 7일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경찰관들이 비트코인 채굴기 투자사기 조직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에 투자하시면 매일 1%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소속 형사 A 씨는 근무 중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다가 귀가 솔깃할 만한 제안을 하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사기 사건임을 직감했습니다.

자신을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 투자업체 관계자라고 소개한 상담원은 주식투자로 인해 입은 손실을 복구할 '핫'한 아이템이 있다며 A 씨를 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금융범죄를 비롯한 악성사기 사건 수사에 관심이 있던 A 씨는 투자 사기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우선 속아주는 척하며 침착하게 전화를 이어갔습니다.

상대가 "주식투자로 손실을 많이 보셨죠"라고 물으면 "요즘 같은 하락장에 손실 안 본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응대하는 식이었습니다.

상담원은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기를 직접 운영하는 회사로, 투자금을 예치할 경우 매일 1% 상당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수익금은 즉시 출금이 가능하다"며 "못 믿겠다면 우선 '무료 체험수익'으로 매일 1만 원씩 송금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상대가 요구하는 대로 은행 계좌번호 등을 불러주며 투자를 할 것처럼 안심시키고, 수일간 통화를 지속하며 수사에 필요한 정보를 하나둘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통장에는 이들이 말한 '무료체험 수익' 1만 원이 며칠간 이체됐다고 합니다.

A 씨는 서둘러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했고,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사기조직이 국내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어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인천에 있는 사기조직의 사무실 찾아내 현장을 급습, 16명을 검거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사기조직 총책 20대 B 씨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10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비트코인 채굴기 임대사업 투자 건을 미끼로 50명을 상대로 23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총책, 팀장, 상담원 등 역할을 분담한 뒤 텔레그램으로 사들인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나온 전화번호로 '대포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들을 현혹했습니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으며, 적게는 300만 원부터 많게는 3억 원까지 편취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B씨 등은 인천 지역에서 2~3달 간격으로 사무실을 옮겨가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반에는 투자한 금액에 따른 실제로 수익금을 되돌려주면서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은 후 나중에는 이벤트 명목으로 "수익금을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주겠다"는 등의 말로 투자금을 늘릴 것을 권유해 최대한 많은 돈을 끌어모아 잠적하고, 또다시 다른 곳에 새로운 사무실을 차리는 수법이었습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사기),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B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B 씨 등이 범행에 사용한 대포 유심 및 개인정보 DB 유통 경로까지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경찰은 압수한 대포 유심의 공급로를 추적해 별정 통신사 대리점 6곳에서 외국인 명의의 1천980개 대포 유심이 개통된 사실을 확인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4명을 구속하고 27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아울러 저금리 대출 안내 음성광고를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해 이름과 전화번호, 직장, 신용정보, 대출 상황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건당 1만 원을 받고 판매한 콜센터 5곳의 운영자 등 33명을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현직 형사인 A 씨에게 걸려 온 한 통 전화로 시작된 이번 사건 수사로 총 80명을 검거(13명 구속)했다고 오늘(6일)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범행에 이용한 개인정보 DB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만 나와 있는 것이어서 자신들이 전화한 상대가 현직 형사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며 "수사가 끝난 지금도 자신들이 어떻게 검거됐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의자들 입장에서는 만약 수사기관 종사자에게 전화를 걸게 됐다고 해도, 이런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수사가 개시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들은 대포폰을 사용하면 경찰의 추적이 불가능하겠다고 여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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