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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역사 써 왔던 발레리나…은퇴 공연 프로그램 듣고 화났던 사연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마린스키 발레단 최초의 한국인 단원 유지연 발레리나

유지연 커튼콜
발레리나 유지연 씨는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첫 동양인 단원으로, 솔리스트까지 승급해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고, 지금은 한국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데요.

마린스키 부설 발레학교 바가노바의 첫 외국인 유학생이기도 했던 유지연 씨로부터 바가노바 입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는지, 마린스키 발레단은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단원들의 일과는 어떤지 생생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또 유지연 씨의 마린스키 은퇴 공연 프로그램이었던 '빈사의 백조'에 얽힌 사연도 들어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마린스키 발레단으로 가는 건 바가노바 수석 졸업자는 바로 자동으로 가는 거야, 거의 그렇게 돼 있나요?

유지연 발레리나 : 대부분... 이미 바가노바 학교에서 8학년까지 온 학생들은 사실은 거르고 거르고 걸러서 올라온, 정말 세계 어디에 던져놔도 사실 한몫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긴 한데... 그중에도 마린스키 발레단은 들어가려면 관문이 또 있어요. 졸업 시험을 볼 때 각 단체의 단장님이 오셔서 보시면서 제일 좋은 학생들, 저 때는 많이 데려가면 한 5명 정도 데려갔어요.

김수현 기자 : 마린스키에?

유지연 발레리나 : 네. 한 25명에서 한 30명 정도가 한 학년인데 그중에서 한 5명? 많이 데려가면. 근데 저희 학년이 워낙 좋은 학년이었어가지고 그때 한 8명까지 들어갔던 것 같은데, 굉장히 그때는 획기적인 거였어요. '이렇게 많이 들어갔나?'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또 다른 단체들에서 데려가시고.

김수현 기자 : 그럼 마린스키 발레단은 보통 바가노바 졸업생을 주로 데려가고요?

유지연 발레리나 : 그렇죠. 제가 있을 때만 해도 외부 발레단에서 데려오거나 하는 게 없었어요. 왜냐하면 워낙 러시아 친구들만 해도 좋은 학생, 좋은 무용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의 그들만의 자존심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근데 거기에 다 러시아 사람들만 있는데 거기에 정말 눈에 띄는 동양인 학생으로... 발레리노도 같이 다니는 거죠? 바가노바에.

유지연 발레리나 : 네. 처음에 이 바가노바 학교를 입학할 때 한 60명 정도 정원을 뽑는데 전국에서 아이들이 오면 아이들 뭐 체격, 리듬감 이런 거 옷 다 벗겨놓고 속옷만 입고 애들을 봐요. 그래서 유연성과 어떤 타고난 것들도 보고 건강도 건강검진 같은 것도 해서 보고 그다음에 아이의 체격이 딱 봤는데 '약간 의심쩍어' 그러면 엄마도 모시고 오고. 그런데도 조금 의심쩍으면 2대까지 할머니도 보고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체격이 굉장히 호리호리하고 예뻤는데도 사춘기를 지나면서 변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거든요.

그래서 한 번 들여보냈을 때 이 관문이 좁은 학교에서 잘 크면 사실은 거의 탄탄대로를 가는... 그때만 해도 마린스키 발레단 하면은 진짜 모든 사람들이 영웅같이 생각했던 그런 단체였기 때문에 그래서 굉장히 신중하게 뽑더라고요. 그렇게 해서도 학년마다 거르고, 또 중간에 탈락하는 학생들이 한 5학년까지는 굉장히 있죠. 거의 60명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한 25명에서 30명이니까 중간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미리 좀 떨어뜨려요. 그러니까 너무 고학년 돼서 떨어뜨리면 평생 발레 해오던... 그래서 그렇게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데려간다고 해서 그 뽑힌 무용수들이 마린스키 바로 들어가는 건 아니고요. 그 무용수들이 또 마린스키 극장에 가서 오디션을 또 봐요. 그래서 저도 그 기억이 생생한데, 가서 선생님들 쫙 앉아 계시는데 또 오디션를 보고 그래서 최종 결정이 나죠.

유지연 커튼콜
김수현 기자 : 그래서 마린스키를 가잖아요. 그러면 마린스키 발레단 들어가자마자 당장 주역하고 이런 건 아니잖아요.

유지연 발레리나 : 요즘은 조금 많이 변했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어리고 재능이 많은 무용수들을 어렸을 때부터 발굴을 해서 키우는... 다른 분야도 그렇잖아요. 근데 그때 그러지 않았어요 절대. 주역 무용수가 되기 전에 군무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쌓아 올라갈 수 있게 해서. 사실은 제가 평생 이렇게 우상으로 바라봐 오던 무용수가 지금 카자흐스탄에 단장님으로 계신 아실무라토바라는 분이 계신데 훈장도 받으시고 굉장히 유명하신 분이었어요. 그분은 한 7~8년을 군무에 계시다가 주역이 되시고. 또 저희 학년이 약간 획기적이었던 게, 저희 학년에서 저랑 같이 1등으로 졸업했던 무용수가 굉장히 지금도 유명한 다이애나 비쉬네바라는, 아직도 지금 활동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되게 획기적으로 잠깐 군무에 있다가 바로 주역 무용수로 발탁이 됐어요. 그때 아마 저희 학년이 뭔가를 처음으로 많이 끊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렇게 이런 것들이 조금 시작됐는데 그러고 나서도 또 그런 예외가 별로 없었어요 사실은.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처음에는 군무부터 하신 거잖아요?

유지연 발레리나 : 네, 저도 그랬죠.

김수현 기자 : 군무 무용수들이 제일 무대에는 많이 선다고 하던데요?

유지연 발레리나 : 정말 힘들어요. 저도 솔로도 해보고 또 밖에서는 주역도 해봤지만, 사실은 어떤 역할을 내가 맡아서 딱 그것만 할 때가... 책임감은 군무도 마찬가지로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연습 시간이... 발레단은 공연이 거의 매일 있다 보니까 아침에 똑같이 가서 클래스를 하고 12시부터 한 2시 반, 3시까지는 그다음 날 있는 군무 연습을 쭉 하고 그리고 나서 그 오후부터는 제가 다음에 해야 하는 솔로 역할 연습. 그러고 나면 시간이 요만큼밖에 안 남아요. 그러면 조금 요기하고 살짝 쉬다가 저녁 공연하고 그 루틴이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진짜 주역이나 솔로만 하는 사람들은 사실 클래스 하고 자기 리허설 딱 하고. 그리고 공연을 안 할 때도 있고요. 물론 책임감이 주역 무용수 할 때는 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게 하루 루틴을 보면 진짜 홀에서 거의 못 나가더라고요. 그게 되게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생활에 이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제가 중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자기 발전에 힘을 덜 들이게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이게 너무 힘들다 보니까 내가 뭔가를 여기서 더 치고 올라가려면 뭔가 나만의 노력도 나만의 연습도 해야 되는데 이 루틴이 계속 쳇바퀴 돌듯이 가다 보니까... 그래서 군무에서 서 있으면서도 저는 '그냥 내가 오늘 군무니까 눈에 안 띄게 안 틀리게' 이게 아니라 이걸 하면서도 내가 어느 날 솔로를 하거나 주역을 할 수 있는 그 몸, 가만히 서 있으면서도 힙업 더 신경 쓴다든지 조금 더 계속 서 있으면서도 뭔가 저 나름대로 계속할 수 있는 선에서는 뭔가를 계속 이렇게, 안주 안 하려고 되게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래서 마린스키에서 그러니까 95년에서 2010년까지 15년 계셨던 거네요. 2010년에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 공연이 있었는데 그게 마린스키 발레단을 은퇴하는... 그때 '빈사의 백조'를 하셨어요. 그때 제가 그걸 못 봐가지고.

유지연 발레리나 : 그러셨구나.

김수현 기자 : 근데 어떠셨어요?

유지연 발레리나 : 사실은 제가 그 은퇴 공연을 이제 그때 당시에 단장님과 의논을 했죠. '빈사의 백조'는 아무 무용수나 출 수 있는 춤이 절대 아니에요. 다른 단체도 그렇지만 이 마린스키는 아무한테도 안 줘요. 이게 주역들이 몇 명이 있어도 그 주역들이 다 이 춤을 출 수 있지 않은, 굉장히...

김수현 기자 : 특별한 작품인 거죠?

유지연 발레리나 : 네, 저는 그래서 '빈사의 백조'에 대해서는 상상도 안 하고 있었고, 제가 잘 보여질 수 있는 어떤 연기적인 면이나 어떤... 그래서 여러 가지 그냥 파드되(pas de deux, 발레에서 주로 여성과 남성 무용수가 함께 추는 쌍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제안을 드리려고 갔는데, 단장님께서 '그래? 네 생각은 그래? 나는 너 빈사의 백조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러시는데 제가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난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왜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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