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외모에 대해 원색적으로 품평한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온 것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하이브 CEO가 직접 나서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오늘(29일) 하이브 이재상 CEO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하이브 모니터링 문서 관련하여 하이브 CEO로서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CEO는 "지난 10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 분들, 업계 관계자 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드린다"라고 재차 사과했습니다.
이어 "해당 문서는 업계 동향 및 이슈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사후적으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다. 시장 및 아티스트 팬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리더십에게만 한정해 공유되었으나, 해당 문서의 내용이 매우 부적절했다. K팝 아티스트를 향한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이 그대로 담긴 점, 작성자 개인의 견해와 평가가 덧붙여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문서로 남게 된 점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전혀 사실이 아닌 역바이럴에 대한 의혹까지 더해져 무고한 아티스트 분들과 구성원들이 오해와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CEO는 "문서에 거론되어 피해와 상처를 입게 된 외부 아티스트 분들께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 각 소속사에는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다. 또한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는 하이브 뮤직그룹의 모든 아티스트 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문서를 공유받은 리더십의 문제인식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CEO로서 해당 모니터링 문서 작성을 즉시 중단시켰다.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수립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앞서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하이브가 아이돌 외모 품평이 포함된 업계 동향 자료를 작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이브 산하 위버스 매거진 A 편집장이 하이브 임원진에게 메일로 보냈다는 해당 문건에는 "멤버들이 한창 못생길 나이에 우르르 데뷔시켜 놔서, 누구도 아이돌의 이목구비가 아닌 데다가", "성형이 너무 심했음", "다른 멤버들은 놀랄 만큼 못생겼음" 등의 문구로, 국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외모 품평과 실력을 비하하는 원색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내부 문건이 논란이 되자 하이브는 "업계 동향과 이슈를 내부 소수 인원들에게 참고용으로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티나 SNS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발췌해 작성됐으며 하이브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문건 내용이 추가 공개되며 파장은 더 커졌습니다.
이에 지난 4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 당시 '업계 동향 보고서'가 언급됐던 것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민 전 대표가 공개한 박지원 하이브 전 대표에게 보낸 카카오톡 내용 속엔 '내부에서 이상한 리뷰를 돌린다'는 주장 담겨 있었습니다.
또 민 전 대표가 과거 하이브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도 '업계 동향 보고서'에 대한 항의와 비판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민 전 대표는 "매주 내부 회람 되는 ‘업계 동향 리뷰’ 문서에는 편파적이고 편향된 내용이 지속되고 있다"며 "객관성도 결여된 공신력 없는 개인의 내용이 어떤 이유에서 전사 임원들에게 배포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며 내용의 편향성 때문에 일종의 목적성을 띤 선전/전파를 위해 배포한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생길 정도"라고 썼습니다.
이에 지난 5월 하이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를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브 측은 당시에도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매우 다양한 의견이 담길 수 있으며 때로는 개선점들도 가감 없이 포함되고 그것이 이 리포트의 존재 이유"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민희진 전 대표가 '뉴진스 콘텐츠 리뷰를 하지 말라' '뉴진스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빼달라' 요청한 이후 동향 취합이나 정성 평가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그룹 세븐틴 멤버 부승관이 하이브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SNS에 게재해 시선을 모으고 있습니다.
부승관은 오늘(29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는데, 국내 아이돌 그룹에 대해 노골적으로 품평한 내부 보고서로 논란에 휩싸인 하이브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부승관은 "더 이상 상처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에 벌어진 많은 일들을 지켜보며 그래도 어떻게든 지나가겠지라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삭히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멤버들과 열심히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이 상황들을 지켜만 보며 불이 꺼지기만을 바라기엔 상처받는 내 사람들 나의 팬들과 나의 멤버들, 이 순간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모든 동료들을 위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부승관은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일이기에, 큰 부담감과 중압감에도 늘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극복하려 하는 아이돌의 마음가짐을 전하면서 "그런데 오늘은 쉽지 않다. 이 순간 또 상처받고 있을 사람들도 안타깝다. 내가 다 안아줄 수 없다는 것도 속상하다. 내 섣부르고 서툰 말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긴 한가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그는 "우리 멤버들을 포함해 케이팝이란 큰 산업 속에서 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동료들과 친구들은 진심으로 이 일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너무 진심이라서 다치기도 하고 또 너무 사랑해서 공허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자신을 위해 멤버를 위해 가족을 위해 팬들을 위해 열심히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간다"라고 동료들의 마음을 대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승관은 "그대들에게 쉽게 오르내리면서 판단 당할 만큼 그렇게 무난하고 완만하게 활동해 온 사람들이 아니다. 충분히 아파보고 무너지며 또 어떻게든 이겨내면서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돌을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들의 서사에 쉽게 낄 자격이 없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우리는 당신들의 아이템이 아니다. 맘대로 쓰고 누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승관이 글에서 부정적으로 언급한 '그대들', '당신들'이 누구인지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아이돌 품평으로 논란이 된 하이브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부승관이 하이브 산하 플레디스 소속이란 점에서, 그의 작심 발언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구성 : 진상명 / 편집 : 윤현주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