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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동물 체험,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 [스프]

[반려동물 삐뽀삐뽀] (글 : 변재원 수의사)

변재원 반려동물 삐뽀삐뽀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 이야기, 수의사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의 개정 이후 국내 동물원에는 많은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허가 기준을 갖춘 상태로 운영하던 곳들은 발 빠르게 동물원 허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고 그렇지 못했던 곳들은 남은 유예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이익을 보고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거나 아직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이후 허가받지 못한 곳에서의 동물 체험은 불가능하게 됐다. 법은 동물을 만지고 올라타고 먹이주는 행위 전부와 함께 동물에게 고통, 공포 또는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금지했고 동물을 활용한 교육 계획을 포함해 허가받은 곳에 한해 일부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신설되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해당하는 조항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곳에서는 유예기간 동안 약식 서류만 작성해 제출하면 대부분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다. 유예기간은 2028년 12월 13일까지, 4년 넘게 남았다. 남은 기간에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도록 훈련받은 동물들은 여전히 돈벌이에 활용될 것이다.

동물 체험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간 많은 곳에서 다뤘으니 여기서는 반대로 동물 체험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체험의 첫번째 정의는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이다. 이 정의대로면 어느 곳, 어느 동물과 어떤 상황을 체험하든 제대로 된 체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밥을 예로 들면 간단히 끼니만 때우는 경우 "밥 좀 제대로 먹고 다녀"라는 말을 듣는다. 왜 제대로 먹으라고 할까. 제대로 된 밥은 좋은 재료에 영양소가 두루 들어간 균형 잡힌 식사를 의미하고, 이는 단순히 'Yes or No'가 아닌, 밥을 먹는 행위의 정성적인 판단 기준이 된다.

동물 체험도 그렇다. 체험하고 말고가 아니라, 어떤 체험을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체험의 또다른 정의를 적용해보면 기존 동물 체험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앞으로 어떤 체험을 하고 싶은지 정리된다.
 
② 체험 : 유기체가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 경험과는 달리 지성·언어·습관에 의한 구성이 섞이지 않은 근원적인 것을 이른다.
③ 체험 : 주관과 객관으로 나누기 전의 개인의 주관 속에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생생한 의식 과정이나 내용.

내가 동물들과 함께 체험하고 싶은 건, 강제적인 교감이 아니다. 공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을 때 작은 새가 어깨에 올라앉거나 바닷속에서 자유로이 유영하다 물고기들과 눈을 마주친다거나... 모두가 자유로운 상황에서 서로의 의지로 교감이 이뤄지는 경험을 원한다. 그런 순간들에 좋은 소름이 돋는 기분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반려동물들을 대할 때도 그랬다. 서로 안겨도, 아니면 만져도 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서로의 몸짓 언어를 통한 긍정의 의미를 읽고 나서 교감을 나눌 때 더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순간들도 다른 기억들보다 훨씬 명확하게 남아있다.

변재원 반려동물 삐뽀삐뽀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은 이런 것들이다. 기억 속에 확실하게 자리잡아 언제든 다시 그 순간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경험들과 체험들. 그저 휘발될 기억을 위해 굳이 돈과 시간을 써서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지만은 않은 체험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동물 체험은 주로 만지거나 올라타거나 먹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강제로 이뤄진다. 만약 갇힌 상황이 아닌, 자유로운 환경에서 동물들의 의지로 내 손길을 원하는 방식의 체험이 이뤄진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체험해 보고 싶다. 많은 이들에게 나누고 싶은 경험이 될 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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