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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못 참아"…미국인조차 '팁'에 분노하는 이유 [스프]

[교양이를 부탁해] 김한송 셰프, '핸썸라이스' 대표

김한송 교양이를 부탁해 썸네일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 팬데믹 이후 급등한 팁 가격, '팁플레이션'에 한계
- "미국인 66%, 부정적" 흔들리는 미국의 '팁' 경제
- 배달앱도 예외 없다... 커피 한 잔에도 붙는 팁 비용
- 트럼프와 해리스, 팁 세금 면제 두고 대선 공약 격돌

미국의 전통적인 팁 문화는 점심에는 15% 정도, 저녁에는 18%에서 20%였어요. 기분이 좋으면 25%를 줄 때도 있죠. 우리가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먹었을 때 주머니에 있던 동전이나 1달러, 2달러 정도 올려놓는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30%까지 요구하는 곳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10만 원어치 밥을 먹었는데 3만 원을 팁으로 내라고 하는 곳들이 아주 흔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는 이른바 '팁플레이션(tipflation·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김한송 교양이를 부탁해
왜냐하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 지나면서 비대면이 활성화됐습니다. 미국의 5대 POS 회사들이 비대면 POS 머신을 활성화했고요. 소비자와 접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팁을 요구하게 되었습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카센터, 플라워샵, 뷰티샵 모든 영역에서 팁을 요구하게 되었죠.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이 이 팁에 대해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비 로프먼ㅣ희극인
제가 식당에서 주문하면요. 팁을 주지 않을 거예요.
요즘 레스토랑은 전부 셀프서비스잖아요.

카린 라마ㅣ진행자 
팁을 아예 안 주겠다고요?

로비 로프먼ㅣ희극인
네. 0%요. 레스토랑에서 셀프서비스로 일하고 있는 건 저라고요.

카린 라마ㅣ진행자 
팁은 당신이 받아야겠네요.
 

"배달 주문에도 팁을?" 선 넘은 팁에 질린 미국인들 

제가 뉴욕 기준으로 도미노 피자 하나를 주문했을 때 얼마만큼의 비용을 내야 하는지 실험해 봤거든요. 도미노 피자 하나를 주문할 때 보통 가격이 15.49달러였어요. 그러면 한국 같은 경우에는 15.49달러만 클릭하면 음식이 오는 거잖아요. 거기에 배달비 얼마 추가하고요. 그런데 미국 기준에서는 배달비가 1.99달러가 추가되고 세금 및 기타 수수료 4.99달러가 또 추가됩니다. 벌써 21.97달러가 되죠.

아까 우리가 생각했던 15.49달러에서 벌써 한 5~6달러가 차이가 났는데 '뭐 그래, 이 정도면 시켜 먹어야지'하고 클릭하는 순간 팁 항목이 나옵니다. 항목이 나오면 15%, 18%, 20%, 그 이상 아니면 커스텀 팁이 나오는데요. 평균적으로 내는 15%에서 18%를 내면 4달러 정도가 더 추가돼요. 그러면 최종 가격은 한 26달러 정도입니다. 한국 돈으로 한 3만 5천 원 정도로 껑충 뛰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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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팁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식료품 가격은 대체로 안정이 되고 있지만 외식 비용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상승한 뒤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식사 비용은 2023년 기준으로 2017년보다 41%나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35.9%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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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를 봤을 때 결국 팁이 외식 물가 상승에 일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둔화했습니다. 당연한 거죠. 15달러짜리 샌드위치를 잡았다면 팁까지 내면 16달러, 17달러가 되는데 팁조차도 자기가 돈을 내야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여는 게 쉽지는 않게 된 것이죠. 그래서 미국 전반적으로 지표만 봐도 지금은 굉장히 침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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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으로 최저시급 채워"... 해리스도 트럼프도 '팁'에 예민한 이유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지난 6월 9일)
이건 처음 말하는 건데요, 호텔 직원들과 팁을 받는 분들께 좋은 소식입니다.
제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팁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습니다. 
 
카멀라 해리스ㅣ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지난 8월 10일)
제가 대통령이 되면 최저임금을 올리고 서비스업과 접객 종사자들이 받는 팁에 대한 세금을 없앨 겁니다.

양 대선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세웠는데요. 조금 들여다보면 네바다주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관광 산업으로 이루어진 도시고 약 20%의 근로자가 세금 팁을 받는 근로자입니다. 그래서 팁이 매우 민감한 요소인데, 미국에서 몇 안 되는 경합주로 일컬어지는 네바다주에서 20%의 근로자들을 자기편으로 가져오려는 목표죠.

김한송 교양이를 부탁해
팁 노동자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미국 연방 정부의 최저시급은 7.25달러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최저시급을 받지만, 팁으로 수익을 내는 근로자인 경우에 2.13달러가 최저시급인 거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7.25달러와 2.13달러에서 5.12달러라는 차액이 생기잖아요. 나머지 최저시급을 팁 서버들이 팁으로 채워나가면 되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받는 팁에 대해 다 세금을 냈었는데 두 후보 공약대로면 근로자 입장에서 이 세금을 안 내도 되게 되니까 매우 환영하고 있습니다.

김한송 교양이를 부탁해
여기서 문제점은 팁 문화가 인건비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거죠. 자영업자들의 꼼수가 들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급여를 올려줄 수 없는 고용주들이 팁 비율을 높여서 노동자들을 확보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최저시급만 맞춰주면 업주는 자기 손에 아무 돈을 안 묻혀도 될 정도로 짐을 덜게 되는 구조입니다.
 
SBS 월드리포트
이 식당은 1년 전부터 손님들이 먹은 음식값에 4%를 직원들 건강보험료로 추가로 내달라고 영수증에 올리고 있습니다.

젠 찬ㅣ가게 주인
올해에 모든 질병을 포함하는 보험을 들었어요.
4%를 손님들이 내면 모든 직원 보험을 내기 딱 좋은 금액이 됩니다.

그래서 '길티 팁', '팁 크립'이라는 용어도 생겼습니다.

* 길티 팁(guilty tip) : 죄책감에 내는 팁 
* 팁 크립(tip creep) :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야금야금 팁을 요구하는 일     

만약 최저시급을 못 채웠다면 업주가 1달러이든 50센트든 그만큼을 채워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의 서비스 업종이 최저시급을 넘기기 때문에 직원들이 조금 더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어서 본인들 역시 물론 팁으로 수익을 가져가겠지만, 결국에는 업주가 제일 큰 수익을 얻어가게 되는 구조죠.

Q. 실제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사업자로서 직원들이 팁으로 수익을 어느 정도 보증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교양이에서만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업주 입장에서 봤을 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돼요. 사실은 저희가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팁이 있으면 그 팁을 나눠서 저희 캐셔 아니면 키친 멤버들한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는 거죠.

예를 들어서 큰 이벤트를 했을 때 업주한테는 팁을 주지 않지만, 직원들한테는 팁을 줍니다. 무조건 줍니다. 미국에서는 그 팁을 조금 주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이 줘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몇십만 원 단위, 몇백만 원 단위 줄 때도 있어요. 그러면 그 돈을 또 직원들한테 나눠줄 수 있기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큰 힘이 되죠.
 

"팁은 체면치레" 미국에서 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미국의 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팁 문화를 먼저 이해하셔야 해요. 팁 문화는 16세기, 17세기 유럽에서 건너왔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영국의 상점에 가서 앞에 있는 상자를 보면 'To Insure Prompt Service' 그러니까 '즉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앞에 적어놨었는데요. 앞 글자만 따서 Tip이라고 했던 거였거든요.

그런데 남북 전쟁이 끝나고 미국 분들이 유럽으로 건너가서 여행하고 난 뒤에 악습만 가져왔어요. 미국에 있는 자본가들이 이것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남북전쟁 이후 자본가들이 흑인들을 부리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돈만 주고 자기 자본을 불리는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 팁입니다. 1899년 뉴욕타임스가 팁을 두고 '수입된 악습 중 가장 사악한 것이다'라고 기록할 정도로 그 당시에도 팁은 조금 안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한 문화이긴 했었어요. 이렇게 시작된 팁 문화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하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A Bad Phase of Tipping (팁의 나쁜 양상) (1899.11.18)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외국에서 들여온 가장 저열한 악습을 과감히 맞서 뿌리 뽑을 만한 용기가 남아 있다고 믿습니다.

Q. 팁을 꼭 줘야 하는 거예요? 

저도 미국에 살고 있지만 팁을 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인일지라도 팁을 내고 싶은 사람은 없고요.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팁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문화 자체가 체면치레하는 것을 중요시하다 보니 남 앞에서 팁을 안 내는 것을 조금 두려워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김한송 교양이를 부탁해
가장 최근의 일화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쉑쉑 버거라는 브랜드가 있죠. 그 회사의 대표가 대니 마이어라는 뉴욕의 굉장히 유명한 사업가입니다.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 그룹이라고 맨해튼의 파인다이닝 그룹부터 한 20~30개 되는 어마어마한 그룹을 가지고 있어요.

이 CEO가 어느 날 생각했어요. 요리사의 평균 연봉은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 서버가 가져가는 비용은 매우 늘어나게 된 것이죠. 1년에 서버가 연봉으로 벌어가는 비용이 1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정도, 한국 돈으로 2억 원, 3억 원이 될 정도로 굉장히 급여가 높아요. 하지만 훌륭한 요리사를 고용하기 위해서 자기들이 쓸 수 있는 돈은 어느 정도로 한정돼 버린 거예요. 그 중심에 팁이 있었습니다. 요리사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도 결국 돈을 버는 주체는 서버였기 때문이었죠.

대니 마이어는 이러한 현상을 막고 싶어서 '우리는 이제 팁을 받지 않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각 메뉴 가격을 15%에서 20%까지 인상했죠. 이 방법으로 불공정을 깰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말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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