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딸을 납치했다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아 금을 사러 간 여성이 금 거래소 사장의 기지로 피해를 면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허둥거리는 여성의 모습에 사장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보도에 서동균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중랑구의 한 금 거래소, 한 손에 부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든 여성이 들어옵니다.
마주한 여성과 거래소 사장은 서로 종이에 뭔가를 적더니, 사장이 진열대 옆에 있던 비상벨을 누릅니다.
지난 13일, A 씨는 딸을 납치했다는 전화를 받고 몸값으로 요구한 골드바를 사러 금 거래소에 왔습니다.
사장 B 씨는 A 씨가 보통 손님과 달리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허둥거리자 보이스피싱을 직감했고 종이에 "도와드리겠다"고 적었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은 A 씨에게 1천만 원어치 골드바와 현금 400여만 원을 요구한 상황이었습니다.
B 씨는 A 씨와 통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범이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포장했다'고 말하며 빈 골드바 상자를 건넸습니다.
그 사이 경찰이 출동했고, 경찰과도 필담이 이어졌습니다.
[염태진/서울 중랑경찰서 형사2과장 : 계속 통화 중이었고 그래서 저희가 필담을 통해 가지고 (범인을) 접촉하게 유인하게 이렇게 지시를 하고.]
경찰은 금 거래소 인근 거리에서 골드바를 받으러 나온 보이스피싱 수거책 20대 중국인 C 씨를 체포했습니다.
C 씨는 경찰에 "온라인에서 만난 조직원에게 일당을 받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조사 결과 C 씨는 다른 피해자 2명에게 자녀를 납치해 마약을 먹였다고 속여 1천600만 원을 뜯어낸 사건에도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C 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하고 공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인필성, 영상편집 : 원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