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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 꿈 못 이루고 요트 침몰로 사망 '영국 빌 게이츠' 린치

새 출발 꿈 못 이루고 요트 침몰로 사망 '영국 빌 게이츠' 린치
▲ 마이크 린치 오토노미 창업가

이탈리아 요트 사고로 22일(현지시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마이크 린치 전 오토노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의 빌 게이츠'라는 별명으로 불린 정보기술(IT)업계 거물이었습니다.

자신이 세운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미국 대기업 휼렛패커드(HP)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린 혐의로 재판받다가 무죄 판결 이후 재기를 꿈꿨지만, 자유의 몸이 된 지 석 달도 안 돼 59세 나이로 세상을 등지게 됐습니다.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린치는 1965년 6월 소방관인 아버지, 간호사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에식스에서 자랐고,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물리학과 수학, 생화학을 공부했습니다.

주 연구 분야는 조정 패턴 인식이었으며 그의 박사 논문은 케임브리지대에서 가장 많이 읽힌 논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996년 방대한 데이터 분석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오토노미를 창업했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통계적 추론 방식인 '베이지언(베이즈의) 추론'에 일부 의지하고 있는데, 이번에 린치가 가족과 동료들이 타고 있다가 변을 당한 요트 이름도 '베이지언'이었다고 가디언은 짚었습니다.

오토노미는 '닷컴' 호황을 타고 급속히 성장했고 런던증시에 상장됐으며 FTSE 100 지수에까지 올랐습니다.

명석한 두뇌는 물론이고, 첨단 학술 연구를 높은 가치의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영국 IT업계에서 선구자적 위치에 있었기에 '영국의 빌 게이츠'로 불렸습니다.

2006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았고 2007년부터 BBC 비상임 이사, 2011년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의 과학 고문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오토노미는 2011년 110억 달러(약 14조 8천억 원)에 HP에 매각됐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 회계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곧바로 제기됐고, HP는 이듬해 오토노미의 자산 가치를 88억 달러(약 11조 8천억 원)로 깎았습니다.

린치는 줄곧 의혹을 부인했으나 미국에서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미국의 인도 요구에 맞서 영국에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인도 결정이 났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년여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받다가 올해 6월 모든 혐의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영국으로 돌아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내 분야에서의 혁신으로 복귀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는 오토노미 매각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을 때 벤처캐피털 인보크 캐피털을 세워 사이버 보안업체 다크트레이스 등에 투자했습니다.

린치는 아내와 딸, 재판에서 자신을 위해 증언해 준 조너선 블루머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널 회장 부부, 자신을 대리한 크리스 모르빌로 변호사 부부와 함께 아내 회사 소유의 요트를 타고 시칠리아 여행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의 무죄 판결을 기념하고 새로운 출발을 꿈꾸기 위한 여행은 지난 19일 폭풍우에 요트가 침몰하는 참변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수색 작업 중인 이탈리아 구조대

린치의 부인 안젤라 바카레스는 구조됐지만, 린치와 블루머 회장 부부, 모르빌로 변호사 부부는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의 친구인 존 거머 전 환경장관은 린치가 실종 상태였을 때 타임스 라디오에 "(이번 여행은) 마이크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었다"며 "그는 영국에 기여했다. 그의 회사는 영국 IT를 전면에 끌어올렸고 그는 다시 그렇게 하려고 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결국 실종 사흘 만에 그의 시신이 수습된 이후 추모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오토노미를 공동 창업한 데이비드 타비젤은 BBC에 "핵심을 파고들어 진실에 접근하는 놀라운 재능을 가졌고 도덕적으로도 거인이었다"고 말하며 "내게 그는 영국의 스티브 잡스다. 그가 그립다"고 애통해했습니다.

린치가 이사를 지낸 영국도서관의 롤리 키팅 CEO는 "기술에 대한 마이크의 특별한 이해와 지식의 공유라는 도서관 임무에 대한 열정이 합해졌기에 그는 우리 이사회의 귀중한 멤버였다"고 추모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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